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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농업 이젠 희망이다-포항 곡강시금치 작목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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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품질의 포항곡강시금치를 브랜드화해 마을 주민 27가구가 부농의 꿈을 이뤘죠".

포항시 흥해읍 곡강리 곡강시금치 작목반장 이등질(57)씨의 자랑은 끝이 없다.

지난 1989년부터 시금치 재배에 나선지 10여년만에 전국 각지의 유명 유통업체에 시금치를 납품, 가구별 연간 수천만원의 수익을 거두면서 전국에서도 이름난 부농 마을이 됐다.

곡강시금치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지역 특성에 맞는 농산물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이곳은 겨울에도 눈이 없는 비교적 따뜻한 기후여서 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시금치에 필수적인 미네랄과 염류 등 각종 영양소를 제공해주고 있다.

토질도 배수가 잘되는 사질토여서 시금치의 발육에 적합했다.

여기에다 주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졌다.

농약 등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선진 유기농법을 오래전부터 도입했고 토양과 농업용수를 철저히 점검하는 세심한 배려에다 기준치 이하의 농자재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음 문제는 유통문제. 이 반장은 "전국 최고의 당도와 향을 가진 시금치를 생산했으나 홍보와 유통이 되지 않으면 농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심끝에 연구해 낸 것이 포항곡강시금치의 브랜드화였다.

10여년전 당시 시금치 포장비의 3배에 달하는 골판지와 결속끈을 구입, 시금치를 포장해 '곡강시금치' 브랜드를 찍어 서울 가락도매시장으로 출하했다.

이어 신선도 유지를 위해 직거래를 항상 유지했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판매가격도 일정하게 했다.

특허청 상표등록도 해뒀다.

농지 24ha에서 이렇게 생산된 곡강시금치 500여t은 현대.롯데백화점 16개 점포와 E마트 58개 점포, 서울.강원.전주 등 전국 각지 도매시장으로 판매된다.

이 반장은 "소비자와의 신용 차원에서 E마트의 경우 마진이 납품 가격의 20%를 초과할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조건까지 달아놨다"며 "반원들이 교대로 하는 시금치 검수과정에서도 불량품을 묵인한 반원에게는 작목반 탈퇴를 강제하는 규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반장은 "농업이 망한 나라치고 부국이 된 나라가 없다"면서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국내 농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농산물을 개발하면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0년초 고향 땅으로 갈대늪이었던 이곳을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하면서 경지정리사업, 복합영농 등을 거쳐 한국 최고의 시금치 주생산지로 만든 이 반장의 노력은 바로 한국 부농의 역사였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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