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그날 밤

자작나무 숲에서 부엉이가 울었다.

그 울음소리에, 달도

너처럼 흥분하여 강물에 빠지고

어두웠던 세상 뒤켠으로

한참을 비켜서고 나서

자작나무 울음이 그리워졌다

부끄러운 세월, 그녀를 미이라로

만들어 돌아서던 새벽녘에

낯뜨겁게 뚝뚝 울었다.

이창년 '자작나무 숲에서' 부분

이창년은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합천에서 살고 있는 시인이다.

자존심 강한 모습이 겉으로도 나타나지만 또 그 살아온 세월만큼의 무게로, 많이 수양이 된 노스님에게서 느낄 수 있는 푸근함이 느껴졌다.

이 시는 젊은 날의 사랑과 열정이 그대로 나타난 시이다.

사랑하는 님과 이별을 하고 참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되돌아보는, 그래도 지금까지 가슴 한편에 아련하게 아리는 아픔이 느껴지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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