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포럼-정치개혁 원년의 과제들

올 벽두에 각계 전문가들이 선정한 10대 과제를 보면 1위가 정치자금투명화 및 부패정치청산이고, 2위가 정치인의 인적 쇄신이었다

경제문제가 급한 과제인데 오죽하면 하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는 우리 모두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모든 면에서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제기된 것이 바로 한나라당의 벽을 허물 정치세력확보였고 이것이 민주당의 분당으로 이어지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이 전개되어 온 것이 작금의 정치현상이다.

어떻게 보면 '우왕좌왕'하는 지난 한해였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는 징후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우선 대통령이 없다는 느낌은 바로 과거 권위주의의 습관화된 대통령상의 실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민주당의 분당을 계기로 영호남지역주의가 상당히 흐려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닭을 훔치다가 들킨 도둑이 반성하는 말인즉 앞으로 매달 훔치는 닭의 수를 줄여나가면서 마침내 도둑질을 끝내겠다고 한다든가, 전장에서 오십보를 도망간 병사가 백보 도망간 병사를 비웃는 중국 고사가 생각나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요즈음이다.

세상사에는 빨리 고쳐야 할 것이 있고 천천히 변해야 할 것도 있는 법이다.

닭도둑이 도둑질하는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천천히 고칠 일은 아닌 것이다.

정경유착은 지난 경제개발시대부터 형성되어온 관행으로 인식되어온 성격이 농후한지라 이는 정치인이나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라 하기에는 골이 너무 깊어져 있다.

그러므로 몇몇 정치인을 단죄하면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더받고 덜받은 것쯤은 오십보.백보의 문제일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인들의 양식에 호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바로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개혁관계법을 빨리 제정하여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 연말에도 국회는 불체포특권을 남용하여 동료 감싸기를 한 것처럼 그들의 양식에 호소할 수는 없다.

예컨대 전에는 음주운전에 대하여 매우 관대했었는데 지속적으로 이를 단속한 결과 이제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든가, 은행창구에 여러 줄이 형성된 과거와 달리 번호표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니 질서를 지키라고 하소연할 필요가 없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즉 제도적으로 확립함으로써 저절로 잘 되어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10대 과제의 2순위는 정치인의 인적 쇄신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정치인의 물갈이는 궁극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여건으로 보아 이것이 여의치 않았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몇몇 정치인들이 정계은퇴 내지 불출마선언을 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인 '세몰이'는 매우 위험한 일임을 명심하여야겠다.

피선거권도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젊고 깨끗하다는 것만 강조되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나라일은 어떤 세대나 코드인사로 연습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지 않아 무사고 운전자가 되는 것은 논외이다.

그리고 이쯤되면 정치하는 것이 인기가 없을 법도 한데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잘 활동을 하다가 결론은 국회의원으로 낙찰되는 풍토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한때 우리는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상당한 발전을 이끌어 낸 나라이지만, 한편으로 해서는 안될 일도 많다는 것도 아울러 헤아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작은 배에 불과하므로 능력있는 선장과 항해사가 특히 필요한 나라이다.

선진국의 정치인이 젊다고 우리도 꼭 젊은 것만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런 나라는 이미 나이문제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인은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능력있고 지혜로우며 국제감각의 전문성 소유자로서 깨끗하며 아울러 개혁성과 참신성을 가지고 국민을 사랑하는 열정을 가진 지사형이어야 한다.

자신이 이런 사람인지 헤아려보고 아니라면 안 나오면 된다.

유권자는 나온 사람들 중에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명예직도, 입신양명의 길도, 칠전팔기 역전극의 주인공도 아니다.

이홍옥 대구가톨릭대 교수.법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