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의 등장은 철도와 항공, 고속버스 등 기존 교통산업의 수요 감소와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대구 간 고속철 이동시간이 1시간 40분대로 단축됨에 따라 항공업계는 '시간 절약'이라는 최대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지난 10월 내놓은 '경부고속철도 개통 후 교통부문' 보고서에 따르면 경부고속철도 영향권에 있는 노선의 항공기 이용객은 5∼65%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도 신칸센의 개통으로 국내선 항공 수요가 대폭 감소, 항공사들이 위기에 직면했지만 현재는 요금 자율화를 통한 각종 할인 정책의 도입으로 신칸센과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위기의 교통산업
신칸센의 개통으로 일본 항공업계는 빠르다는 최고의 매력이 감소함에 따라 일부 노선은 아예 폐지되기도 했다.
도카이도 신칸센 개통 이후 도쿄-나고야 간 항공노선이 중단됐으며, 하루 5회를 운항하던 도쿄-야마가타 노선도 신칸센 개통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2년전 폐지됐다.
2002년 신칸센이 아오모리까지 연장 운행되면서 이 지역의 항공 수요가 신칸센 개통 이전과 비교해 30% 가까이 감소하기도 했다.
JAL 항공의 겐타로 도바시씨는 "1964년 도카이도 신칸센 개통 당시에는 업계가 타격을 입을 만한 국내 항공수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신칸센 노선이 계속적으로 확장을 거듭하면서 항공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앞으로 아오모리 노선과 같이 신칸센의 연장이 거듭되면서 항공수요가 감소하는 지역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항공사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이용상 박사는 "일본의 경우 500km 이내 거리에서는 항공노선이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 일부 노선만이 운항중에 있으며 500~1천km 구간에서는 신칸센과 항공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500km 이내의 거리를 항공편으로 이동할 경우는 대부분의 공항이 도시 외곽에 떨어져 있어 비행시간과 공항 이동시간을 모두 고려한다면 신칸센이 시간적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기존 철도와 고속버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 철도는 신칸센이 개통되지 않은 지역을 중심으로 여객.화물을 수송하고 있으며 고속버스는 전체 여객수송의 5% 미만을 차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교통평론가 다카시케씨는 "고속버스의 경우에는 이미 승객수요가 감소할만큼 감소했으며, 현재는 야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과 싼 요금을 강점으로 노선을 근근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가격경쟁, 승객에겐 이익
현재 항공과 신칸센이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은 도쿄-오사카 구간. 515km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신칸센은 2시간25분이 소요되며 항공은 공항 이동시간을 포함해 2시간30분이 걸린다.
요금 수준도 신칸센 노조미호가 1만4천50엔, 항공 왕복할인의 경우 1만3천700엔 수준으로 비슷하다.
때문에 신칸센은 12% 할인의 회수권제도, 항공업계는 14% 할인되는 셔틀할인제도로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송인구 면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송하는 도쿄-오사카 노선은 연간 왕복 1천800만명 정도의 인원이 비행기를 이용해 도쿄와 오사카 사이를 이동한다.
이동수단별 비율로 봤을 때는 20% 정도. 이때문에 수요가 낮은 노선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워낙 많은 인원이 이동하다 보니 도쿄-오사카 노선은 JAL에서 흑자노선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경쟁이 가능하게 된 것은 2000년 일본 정부가 실시한 항공요금 자율화 정책 덕분이다.
국내선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일본 정부는 요금자율화를 통한 무한경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은 구조조정과 가격합리화 등을 통해 신칸센과 비슷한 수준으로 요금을 끌어내릴 수 있었으며, 현재 일부 할인제도는 신칸센을 타는 것 보다 더 싼 값에 항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도쿄-히로시마, 도쿄-아키다 노선은 항공이 전체 이동객의 50% 이상을 수송하고 있어 주 이동수단으로 항공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항공과 신칸센의 가격할인 경쟁은 두 업계의 발전에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이용상 교수는 "중.장거리에서 항공기와 고속철도의 치열한 경쟁관계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함께 고속철도의 속도향상 및 탄력적인 운임 등 운영의 합리성으로 고속철도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칸센은 항공기의 수송 수용량 증대에 대응해 속도 향상과 정차역 확대 등을 통한 수요 확충 등 다양한 영업 전략을 활용하고 있으며 항공사 역시 수요 잠식을 막기 위해 운항편수의 증편과 할인요금제, 서비스 향상 등으로 견제하고 있기 때문.
이러한 상호 견제 체제는 국가적으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함께 결국은 승객의 이익으로 환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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