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헌 3야 공조 조짐

정치권의 단골 메뉴인 개헌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지난 24일 '총선 후 개헌 추진' 입장을 밝히자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25일 재차 화답하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최 대표의 속셈이 뭐냐"고 경계하면서도 "개헌론 자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개헌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최 대표의 술수"라며 비난했다.

최 대표는 설 연휴기간인 지난 24일 "2007년 대통령 선거를 돈 안 드는 선거로 치르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책임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며 "다음 대선에서 돈과 관련된 시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대통령 직선제를 보류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개헌론을 거론했다.

다만 최 대표는 개헌 시기와 방법에 대해 "아직은 원론적 구상일 뿐 '타임 테이블'(추진일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25일 홍사덕 총무가 불씨를 살렸다.

홍 총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민주당, 자민련과 깊이있는 협력을 통해 총선 이후에 분권형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며 '야 3당 연대' 입장까지 밝혔다.

그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에 제약을 가해 나라의 위태로운 지경을 덜어주려는 차원의 문제"라며 "지금까지 야 3당의 공조를 이끌 수 있었던 것도 이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6일에는 상임 운영위원회를 열어 개헌론을 거론했다.

참석한 한 당직자는 "정치와 선거를 검은 돈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의미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 대안모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분권형이나 내각제로 (개헌을)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개헌론을 부추기자 민주당과 자민련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전당대회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추진을 당헌에 명문화한 만큼 총선공약에 개헌론을 적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 역시 "내각제 개헌이라면 어떤 식의 (개헌)논의도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과의 개헌론 공조가 자칫 '정략적 공조'로 비쳐져 여론의 역풍이 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김영환(金榮煥) 민주당 대변인은 "최 대표의 개헌론은 뜬금없는 얘기"라며 "지금은 대선자금 청문회를 여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반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개헌론은 정략적 술수"라고 발끈했다.

신기남(辛基南) 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이 정치부패의 근본적 원인을 대통령제에서 찾으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자 책임을 회피하고 호도하려는 정략적 술수"라고 비난했다.

이강철(李康哲) 영입단장도 "한나라당이 말하는 개헌론은 참여정부의 권력을 나눠 가지겠다는 정략적 발상으로 개헌론을 얘기하면 할수록 우리는 선거를 치르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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