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둥우리를 틀지 않고 사는 새다.
알을 낳아도 새끼는 다른 새들이 만들어 둔 남의 둥지에 들어가 몰래 알을 넣어 놓은 뒤 가짜 어미새에게 맡겨 키운다.
소위 알을 가짜 어미 새에 맡겨 부화시키는 탁란성(托卵性) 조류다.
뻐꾸기가 제 알을 몰래 밀어넣는 새집들은 주로 멧새나 검은딱새 때까치 같은 힘이 약한 작은새들의 둥우리들이다.
산란기가 되면 남의 둥우리에 들어가 둥우리 주인이 낳아 놓은 알을 한두개 부리로 밀어내 떨어뜨린뒤 제가 낳은 알을 끼워넣는다.
부화가 되면 둥우리 주인인 가짜 어미새의 새끼와 남은 알을 밖으로 떨어뜨린 뒤 둥우리를 독점, 가짜 어미새가 주는 먹이로 제새끼를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뻐꾸기를 '배은망덕한 새'라고도 부른다
최근 당 지도부가 잇달아 감옥으로 붙잡혀 들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을 뻐꾸기처럼 보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남의 둥지(민주당)에 들어와 알을 낳고 부화(경선)한뒤 날개에 힘이 생기자(대권 당선) 원래 둥우리의 새들을 밀어 떨어뜨리고(민주당 죽이기 주장) 둥우리 이름을 바꿨다는 심기인지 연일 고소고발로 아옹대고 있어서다.
숲길을 지나가는 나그네 입장에서야 누가 배은망덕한 뻐꾸기고 누가 가짜알을 품어주고 부화시켜 준뒤 억울하게(?) 잡혀가는 멧새인지 자기들 사정을 시비 가려내 알 필요도 없다.
그저 뻐꾸기 얘기를 한 김에 처음부터 제둥우리도 없이 민주당이란 둥우리에서 부화돼 나온 노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는 갖가지 장밋빛 공약정책들이 행여 애들말로 '뻐꾸기 날리기'가 아닌지 생각해 보자는 거다.
그런 의아심을 갖는건 필자뿐아니라 국가원로, 야당.언론.국민 등 대부분이 걱정하고 비판하고 있는 참이다
'뻐꾸기 날린다'는 말은 실현성이 희박한 약속이나 지키지도 못할 '뻥약속', 가능성 없는 일을 허풍떨듯 큰소리칠때 미덥지못한 태도를 빗대는 말이다.
뻐구기 날리기식 공약이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튀어나오는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날 총선 공약자료들만 뒤져봐도 14, 15대 국회의원 경우 자신의 선거공약을 제대로 지킨 의원은 41%가 될까말까다.
한 리서치에서는 자신이 무슨 공약을 내놓았던지도 기억못하는 의원들이 있었을 정도라고 조사됐다.
제주도를 독립시키겠다느니, 세금을 3분의 1로 줄이고 범법 벌금은 10분의 1로 낮추겠다는 코미디 수준의 뻐꾸기 날리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노 정권의 정치개혁논리가 아니더라도 썩어빠진 시대의 낡은 정치요 사라져야 할 0순위의 개혁대상이다.
그런데 그런 개혁대상이 돼야 할 뻐꾸기 날리는 정치성 선심공약이 개혁을 신주처럼 외고 모시는 정권쪽에서 더 먼저 나타나는 건 문제다.
추기경님이 관권선거를 걱정하고 언론이 비판하고 택시기사분들까지 곱잖은 정치평론을 펴는데도 쓴소리 듣기도 싫어하는 눈치다.
아이 낳으면 20만원을 주겠다거나 취업시켜주면 100만원의 세금혜택을 주겠다니까 기업인은 '중국으로 나간 기업들이 되돌아 오겠네'라고 비아냥거리고 여성들은 돈만준다면 무슨짓이든 하는 출산 대상으로 아느냐고 시큰둥해 한다.
노인.퇴직자들이 8천만원을 예금해주면 36만원 이자를 72만원이 되게 해주겠다고도 했다.
저네들 정치권이 억대씩 받아 먹으니까 백성들도 실직노인 퇴직자들까지 억대씩 저축할돈 쌓아놓고 사는 줄 아는 모양이다.
국민들을 돈만 주면 표찍어주는 천민으로 보는 게 아니라면 공약들마다 푼돈 들먹이는 뻐꾸기 날리기는 국민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중지하라. 더구나 입으로는 '일자리가 최우선이다'고 해놓고 막상 일자리 창출 논의를 위한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는 장관급 위원들이 대통령의 대전(大田) 행사장에 몰려가느라 전원 불참하는 이중적인 자세에서 '일자리 최우선' 소리가 노동자들 귀에 뻐꾸기 날리는 소리로 들리는 건 당연하다.
열린우리당의 어느 국회의원은 100만명이 넘을 한국전쟁(6.25) 희생자와 유가족 피해보상 법안을(보상비만도 40조원 소요) 제출했다
100년이 지난 '동학농민 혁명군' 희생자 유족 피해를 보상하자며 뻐꾸기 날리는 입법을 한 의원님도 있다.
그게 다 장관 재임기간을 보장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조차 총선 올인시키느라 1년 남짓만에 뻐꾸기 날리는 '바담풍' 탓이 크다.
앞으로 4월 총선까지 또 얼마나 많은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쏟아 낼지 모르지만 하늘에 뻐꾸기를 많이 날리면 날릴수록 민심은 거꾸로 날게 돼있다.
제발 공약 하나라도 새정치, 개혁의 시대에 걸맞은 공약다운 공약을 내놨으면 좋겠다.
김정길(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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