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1980년대 초반 옛 대우자동차가 내놨던 '로얄듀크'를 기억한다.
1천498cc, 4도어 세단.
이 차는 당시 특이한 점을 갖고 있었다.
경유를 원료로 쓰는 디젤엔진을 얹었다는 점.
하지만 로얄듀크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슬며시 자취를 감췄다.
경유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해결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20여년. 한국 자동차시장은 '로얄듀크'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부터 경유승용차가 출시된다는 것이다.
▨휘발유보다 낫나?
경유 승용차는 일단 경유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휘발유 가격의 62%대인 경유를 사용할 경우, 휘발유차에 비해 기름값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2005년부터 디젤승용차 판매가 시작되면 첫해 9만700여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해에는 10만3천여대, 3년째에는 10만8천여대, 4년째에는 11만4천여대, 5년째에는 12만여대가 각각 팔릴 것으로 추정됐다.
2010년에는 전체 승용차 시장의 13.5%까지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이 재단은 내다봤다.
서유럽은 1990년대 소음과 유해배출가스가 기존 디젤엔진보다 개선된 커먼레일 시스템이 장착된 직분식 디젤기관이 시장에 소개되면서 경유승용차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상승, 경유승용차 판매비율이 평균 40%를 넘고 있다.
결국 승합차와 버스 등에서 승객들이 경험해본 경유차의 단점, 즉 소음과 진동만 개선된다면 경유승용차를 마다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SUV시장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최근 나오는 SUV에서 경유차 특유의 소음.진동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강신석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환경기술팀 차장은 "자동차 시장은 경제성에 따라 수요가 움직인다"며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경유승용차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유승용차 가격은 기존 휘발유 승용차보다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300만~400만원 정도 가격이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유승용차의 엔진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것.
결국 차값은 다소 비싸지고 차를 굴리는 과정에서 기름값은 휘발유보다 덜 들 전망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정부가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0%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차량 유지비용에서 크게 이득을 볼 것도 없다는 목소리도 떠오른다.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유동적이긴 하지만 휘발유의 80%까지 경유 가격이 오르면 유지비용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
어쨌든 자동차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을 정리하면 경유승용차는 소음.진동에서 휘발유차보다 다소 시끄럽고 차값은 다소 비싸며 유지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이런차 나올듯
내년부터 '유로(유럽의 대기오염 기준치) 3'과 '유로 4' 기준 병행허용을 거쳐 2006년에는 유로 4기준으로 통일된 디젤승용차 국내시판이 본격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유차 배기가스 배출기준은 질소산화물(NOx) 0.02g/km, 미세먼지(PM10) 0.01g/km이지만 내년에는 유로3 수준인 0.50g/km(NOx), 0.05g/km(PM10)로 완화되고 2006년에는 유로4 수준인 0.25g/km(NOx), 0.025g/km(PM10)까지 허용될 전망.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경유승용차 시판을 위한 사전제도 정비작업인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이 지난해 12월10일 완료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바빠지고 있다.
디젤 승용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현대차는 당장이라도 경유승용차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이미 클릭(수출명 겟츠), 뉴아반떼XD(엘란트라), 베르나(엑센트), 라비타(메트릭스) 등을 유럽에 디젤모델로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기초로 1천500cc급 경유 승용차를 국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미 엔진개발이 끝난 상태로 차체만 바꿔 경유승용차 모델을 내면 된다"며 "경유승용차에 대한 정부 규제부분에서 아직 납득하지 못하는 점이 많아 출시시기는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준중형인 세라토급에 유로3 디젤 엔진을 얹어 내년쯤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시장상황이 경유승용차로 돌아서면 소형차에도 디젤엔진을 얹을 수 있다는 입장.
GM대우차는 내년엔 일단 경유승용차 출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목표는 2006년.
GM대우차는 경유승용차 출시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로4 엔진개발을 목표로 상당액을 연구.개발(R&D) 시설투자에 투입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GM대우차는 오펠 등 GM계열사들과 디젤 엔진에 관해 제휴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내년엔 경유승용차 출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르노삼성차는 2006년 유로4 기준을 적용한 디젤모델을 개발, 내놓을 계획이다.
디젤엔진을 얹을 차종은 현재 SM3가 유력하다.
준중형급이 경유승용차로 적당하다는 것이 르노삼성차의 판단. 물론 르노삼성차도 시장 상황이 좋다면 SM5는 물론 현재 개발 중인 대형차 SM7 등에 대해서도 디젤엔진을 얹을 예정.
르노삼성차의 대주주인 르노자동차는 프랑스 등지에서 다양한 디젤 승용차 모델을 출시하고 있어 엔진개발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경유승용차 출시와 관련, 현재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는 란싱그룹의 투자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이 경유 승용차 중심으로 간다면 모델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SUV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05년은 물론 2006년에도 쌍용차가 경유승용차를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