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돼 몇 명만 더보태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숫자가 된다.
정대철 서청원 등 전직 여야 당대표가 들어가 있고 한화갑 전 대표도 예약돼있다.
그래서 당을 하나 만들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농담도 나온다.
일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우리 정치인들의 속성으로 볼 때 당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인물도 풍성하다.
당명을 '갇힌당'으로 정하고 만들어 볼까. 먼저 전당대회를 역동적으로 열어야 한다.
거물급들이 많은 만큼 대표 경선은 치열할 것이다.
TV의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당대표를 뽑고 대표 탈락자와 권노갑 박지원 등을 당고문으로 추대한다.
당3역엔 사무총장 김영일, 원내총무 이상수, 정책의장 신경식을 선임하고 재정위원장 최돈웅, 인권위원장 이재정, 교육위원장 박재욱, 여성위원장 김방림을 임명하고 공동 후원회장에 강금원 문병원 서정우를 위촉한다.
또 이광재 안희정과 최도술 등을 수혈해서 당을 젊게 덧칠하고 여성 사기꾼 한사람을 대변인으로 스카웃한다.
얼짱이면 금상첨화다.
정강은 평화통일 민족자주 정도로 적당히 해두고, 충청도에 행정수도를 만든다고 하니 경상도에 경제수도, 전라도에 국방수도, 제주도에 관광수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한다.
또 군복무기간 1년 단축, 선거연령 17세 하향과 65세 이상 노인에 월 100만원 수당 지급을 덧붙인다.
노조위원장을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토록 의무화하는 것도 넣을까. 이 정도면 총선 압승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외곽조직이다.
조폭 출신들을 대거 동원해 구속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구사모'를 결성하고 여러 혐의로 들어온 다양한 사람들을 규합해서 '공명선거 감시 시민연대'를 만든다.
이렇게 당 내외 조직이 완성된 연후엔 앞뒤 볼 것 없이 일로 진군한다.
이상의 '갇힌당' 창당 시나리오, 냉소적 가상을 전혀 허구로 치부할 수 있을까. 한국의 기성 정당들의 창당 동인과 주변사정, 내외곽의 인물군상들이 가상 '갇힌당'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구속된 인사들은 재수 없어 걸렸다거나 누가 우리를 돌로 치랴 고 말할지 모른다.
한국 정치 풍토에서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개혁을 내세우며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전혀 다른 정치집단인가. 의욕은 좋을지 몰라도 정몽준이 아닌한 정치자금 부분에선 답답하기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을 새로 만드는 과정에도 돈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당의장을 새로 뽑아 당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돈 안드는 정치를 할 수 있게 하는 분명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개특위 등에서 지구당 폐지 등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이 정체불명의 개혁 타령보다 정치자금 투명화 한가지만이라도 똑부러지게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그나마 자신들을 키운 보금자리를 깨고 나가 새 당을 만든 명분이 산다.
한나라당은 지리멸렬이다.
이런 상황은 정치자금 문제 이전에 정체성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다.
갖가지 얼굴로 변화하며 게릴라처럼 사회 구석구석을 할퀴는 편향된 이념적 광기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해 하는 심정을 추기경이 대변해야 하고, 자기 당소속 부산시장이 자살하기까지 입다물고 있다가 뒤늦게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꼴이니 무슨 정당이 저렇냐, 무슨 야당이, 그것도 거대야당이 저 모양이냐는 말이 나온다.
한나라당을 지탱하는 바탕은 온건보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의 주범을 총선후보로 영입할려고 하질 않나, 오렌지족 같은 젊은 의원들을 앞장세워 유능한 중진들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몰아내려 하고 그것을 개혁이라 고집하지 않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어이가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에 필요한 변화와 개혁은 선택적 개혁론자, 기회적 진보론자를 추방하고 명확한 온건보수 노선을 확립하는 것이다.
보수는 나쁜 것이 아니고 수구가 아니라고 철없는 젊은이들에게 말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열린우리당의 표를 뺏어오겠다는 망상은 버리는것이 좋다.
진보세력을 아우러겠다는,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말같잖은 말은 집권당이 돼서야 할 말이다.
유행을 좇는 잡탕 정당은 결국 '갇힌당'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나라당은 합리적인 온건보수 세력의 결집체로 기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나라당의 길이고 진보적 색깔을 부인하지 않는 여당에 대응하는 야당의 몫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지역을 볼모로 한 잡탕 같은 정당은 사라져야 한다.
정당은 보수와 진보, 중도 등 분명한 컬러를 가져야하고 그 컬러를 국민 앞에 선명히 내놓고 심판 받아야 한다.
가능하면 당명을 보수당 진보당 노동당 등으로 국민이 알아먹기 쉽게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총선이 예전처럼 패거리식 잡탕 정당들의 경연으로 전개된다면 '갇힌당'의 득세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런 정당을 원치 않는다.
철학 없는 야합의 정치는 종식돼야 할 것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