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9억 사기인출' 영화로 만든다

8년 전 발생한 한국은행 구미사무소 9억원 사기인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건 현장인 구미지역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신양.염정아 등이 주연을 맡아 '은행중의 은행, 한국은행을 턴다'는 내용으로 연기를 펼치는 '범죄의 재구성'은 오는 4월 개봉예정으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사기 전과로 출소한 지 한 달쯤 된 최창혁(박신양)은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은행을 턴다는 흥미로운 사기 사건을 계획한다.

최창혁을 비롯,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백윤식), 최고의 떠벌이 '얼매'(이문식), 타고난 여자킬러 '제비', 환상적인 위조기술자 '휘발유' 등 5명이 의기투합돼 갱단을 이룬다.

이들은 일단 한국은행 50억원 인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착수때는 분명 허점이 없는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차 반장(천호진)과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얼매'와 '휘발유'가 줄줄이 잡힌다.

이들의 주변에서 항상 맴돌던 또다른 사기꾼(염정아)의 고발로 결국 사건은 실패로 끝난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끄는 것은 줄거리가 지난 1996년 2월17일 발생했던 한국은행 구미사무소 사기인출 사건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쯤 경북 구미시 공단동 한국은행 구미사무소에 30대 남자 3명이 찾아와 모은행 구미지점장 소유의 분실신고된 1995년 11월25일 발행 당좌수표를 제시하고 현금 9억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이들은 미리 한국은행 구미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지불준비금이 부족하니 현금을 인출하겠다"고 한뒤 1시간 뒤 은행에 나타나 9억원 전액을 1만원짜리 지폐로 받아 준비해온 자주색 마대 3개에 나누어 수레에 싣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은행은 일반은행과 당좌계약을 맺어 현금이 필요한 은행이 당좌수표를 한은에 가져올 경우 돈을 내줬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작업이 전산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은행에 도착했을 때 양복차림에 배지를 달고 있었고, 사전에 거액을 인출하겠다고 예고전화를 한 점 등에 비추어 은행 내부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와는 달리 아직까지 범인은 8년째 잡히지 않은 채 완전범죄(?)로 굳어져 가고 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한 경찰은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영화로 제작돼 다시 세인들에게 부각될 것을 생각하니 곤혹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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