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무연수 새내기 초등교사들

다음달부터 대구의 초등학교 새내기 교사로 근무하게 될 임용시험 합격자들이 지난 2일부터 영진전문대에서 직무연수에 들어갔다.

대졸 취업이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시기에 비교적 쉽게 '이태백'을 벗어난 사람들. 그것도 교사라는 당당한 직업을 갖게 된 이들의 마음가짐은 어떨지 궁금했다.

더욱이 '교실 붕괴'라는 참담한 상황을, '교사 평가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현실을 교단에 첫 발을 내디딜 새내기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들어보고 싶었다.

연수 첫날 오후,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맞춰보기 위해 현직 교사들과의 대화 자리를 만들었다.

첫 질문은 당연히 왜 교사의 길을 선택했냐는 것이었다.

예비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꿈을 심어주기 위해"라며 당당한 목소리들을 냈다.

교직에 임하는 당찬 포부들이 쏟아졌다.

김경일씨는 "학창시절 만났던 몇 분의 선생님들 영향"이라고 했다.

내성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자신에게 관심과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줬던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았다는 것. 그는 "제 꿈을 이뤘으니 그 꿈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죠"라고 했다.

기자의 뇌리에 '대도' 신창원의 씁쓸한 독백이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학교에 다니는 동안 단 한 명이라도 감동을 주는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텐데…".

어떤 교사가 되겠냐고 묻자 예비교사들은 현실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의 각오와 대안을 복합시킨 답들을 내놓았다.

김민선씨는 "임의로 잣대를 정해 학생들을 평가하는 교사는 되지 않겠다.

학생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는 데서 출발하겠다"고 했다.

전원정씨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하얀 종이 위에 각자의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겠다.

학생들의 숨겨진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교직 8년째로 접어드는 정윤희 교사(용지초교)가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 중요하다"며 거들고 나섰다.

"학생들 앞에 선다는 것은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맞춰 연기하는 배우와 같습니다.

철저한 준비만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고, 신뢰를 쌓을 수 있죠". 그는 "개인적인 만남에도 준비가 필요한데 교사가 학생을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직무유기"라며 학생들을 시행착오의 대상으로 삼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박대성 교사(달성초교)는 "학생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쫓아가는데 교사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금세 외면받게 될 것"이라며 "배우는 자세와 노력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학생과 교사간의 끈을 이어주는 최고의 매개"라고 했다.

공교육 붕괴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이뤄졌다.

주어진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교사들 스스로의 안일함도 한 몫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모든 것을 학교에서 다 해 주기 바라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의식이 깨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았다.

전원정씨는 "학교 내 체벌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정작 학원에 가서는 체벌을 부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배타적인 자식 사랑이 교사와 학생간 불신의 벽을 쌓고 거리를 멀게 만든다"고 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교사의 역할이 크다는 데는 선.후배 교사들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가정과 학교간 의사소통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 정 교사는 "막상 학부모들을 만나면 '우리 아이가 몇등했어요?'라고 묻기보다는 '성격은 괜찮은가요?, 친구와는 잘 사귀나요?' 등 인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학교에 대한 불신이 크지만 기대치는 아직 높다"고 했다.

대화를 진행하던 이동원 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이 마무리를 했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땀을 흘리지 않으면 교육의 수준도 높일 수 없는 겁니다.

노력 속에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얻어야 올바른 교육도 가능합니다.

교단에 서는 첫 날의 마음을 내내 잊지 않기 바랍니다".

우리는 교사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스승'이라며 존경을 더하지만 요즘엔 '스승의 날'에나 '스승'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 '선생'이란 얄궂은 호칭만 남았다.

그러나 새내기 교사들의 연수장에서 피어나는 빛은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외침이 우렁찼다.

"해맑은 학생들과 언제나 웃는 얼굴로 만나겠습니다.

참스승의 길을 잠시라도 잊지 않으며 희망을 싹 틔우는 교사로 남겠습니다".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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