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4일마다 신세대의 문화코드로 자리잡힌'~데이' 시리즈가 올해도 맹위를 떨칠 모양이다.
지난 달의 '다이어리 데이'는 신년 분위기에 묻혀 어정쩡하게 지나갔지만, 오는 주말의 '밸런타인 데이'는 꽤나 유난스러울 듯 하다.
해마다 이날엔 전국 방방곡곡에서 초콜릿 잔치가 열리곤 하지만 이번엔 왠만한 신입사원 초봉과 맞먹는 80만원짜리 초콜릿까지 등장해 우리를 아연케 한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던 전국의 관련 업계와 상점들은 "이때닷!"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바쁘다.
밸런타인 데이의 상혼이 내세운 감미로운 선전문구는 하나같이 '사랑'. 달디단 초콜릿으로 특별한 사랑고백을 하라고, 점찍은 사람을 사랑의 포로로 만들라고 속삭인다.
얼굴만 예쁘면 만사 OK라는 외모지상주의적 얼짱.몸짱 광풍에다 달콤함으로 포장된 당의정(糖衣錠) 사랑…. 물론 초콜릿을 주고 받는 그 자체야 나쁠 것이 없지만 갈수록 모든 것이 부박(浮薄)해지는 이 세태에 인간의 가장 고귀한 가치관인 사랑마저 새털처럼 가벼워져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살던 시절엔 사랑때문에 번민하고, 더러는 그것 때문에 병들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나치게 무거운 측면도 있었지만 그만큼 사랑에 대해 진지했었다.
한 지인의 친구 얘기는 탁구공마냥 통통거리고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요즘식 사랑법과는 사뭇 무게가 다르다.
화교(華僑)였던 그는 양복 윗도리 안쪽에 사모하는 여인의 이름을 새겨넣어 입고 다녔다는데 그 이유는"그녀를 심장으로 느끼고 싶어서"였다나. 끝내 인연이 닿진 않았지만 그의 순애보적 사랑은 친구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있다 한다.
또 언젠가 TV에서 피천득 선생에게 사회자가 평생 갖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고 묻자 구순을 훨씬 넘긴 이 로맨티스트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사랑이지요. 나도 사랑하고 그쪽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식지 않는 열망이 바로 사랑의 감정임을 노 수필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번 '연인의 날'엔 서로간의 마음이 무엇보다 큰 선물이 되기를….
전경옥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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