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오늘밤 나는

어둡고 차가운 땅바닥에

가랑잎 한 장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내 지식의 칼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쇠똥구리 뒷다리의 쇠똥만큼

뼈 속까지 스미는 고통,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누워

오늘 밤 나는

두려움과 고독만이 가장 정직한

진실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진흥 '오늘밤 나는' 부분

박사 학위를 가지고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다가 어느 날 문득 퇴직을 하고 보니 아침에 출근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IMF 이후 많은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서 갈 곳이 없게 되어버렸다.

이 시인도 작년에 나와서 이제는 많은 그들과 함께 되었다.

내가 목숨을 걸고 신봉하던 어떤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 것도 아닌, 쇠똥구리 뒷다리의 쇠똥만큼이나 하잘 것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오는 절망감, 또 그제야 깨닫는 진짜 중요한 것에 대한 인식을 적고 있다.

서정윤(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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