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봉제 위탁생산 어패럴사 80억대 부도

남북경협이후 '남한' 어패럴 업체를 끼고 북한 봉제 업체들에 원단을 공급해 온 대구.경북 100여 제직업체들이 수십억대 재산 피해를 입었다.

피해업체들은 공동채권단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어패럴 업체와 계약한 일부 국내 유명 의류 메이커들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 피해 보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7일 210억원 상당의 부도를 낸 서전어패럴은 북한 전체 봉제 물량의 37%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최대 봉제업체 중 하나.

서전어패럴은 대구.경북 제직업체들에 원단을 공급 받아 평양 인근의 북한 봉제 업체들에 임생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베이직하우스, 반도스포츠, 메이폴, 이랜드 등 국내 유수의 의류 메이커들과 거래해 왔다.

서전어패럴의 이번 부도로 재산피해를 입은 업체는 총 160여개로 전체 피해액은 80억원. 단추, 부자재 등 경기, 서울 지역 60여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로 50~6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동채권단을 구성한 피해업체들에 따르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던 피해 보상 문제는 이달 들어 서서히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북한측 남북경협창구인 민경련(민족경제발전협의회)이 15억원의 미지급 봉제 인건비를 북한측에 지불하면 40만장, 50억원 상당의 의류를 채권단에 양도하겠다고 밝혀 30~40%의 피해 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그러나 서전어패럴과 계약한 국내 유명 의류 메이커들은 부도물량은 물론 기존납품 물량에 대해서도 거래대금 지급 '불가'를 고수해 피해업체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의류 메이커들은 이미 납품받은 물량조차 거래대금(20억원)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채 서로 눈치를 보고 있으며 UCLA 등 소수 메이커들 경우 북한측이 양도하겠다고 밝힌 부도 물량에 대해서도 계약 불이행에 따른 영업손실 등을 이유로 계약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피해업체들은 이번 사태가 향후 남한기업들의 대북투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북한측은 관세청에 협조공문까지 보내 사태 해결에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메이커 대기업들만 적극 나서주면 지역 제직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협력 발전의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측과의 합의를 이끌어 낸 이동녕 공동채권단 대표는 "실속만 차리려는 일부 의류 메이커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언론사 광고 등을 통해 의류 메이커들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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