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남산동 서현교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홀몸노인과 장애인, 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사랑의 도시락'이 추위로 얼어붙은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있다.
이들 사랑의 도시락팀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남산동 인근 150가구의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인.소년소녀가장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 마치 어머니가 자식에게 밥을 해주듯 방금 지은 따뜻한 도시락을 전해주고 있는 것.
봉사활동 5년째인 김태우(36.남구 대명동)씨는 "도시락배달은 일정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무료급식과 달리 집에서 식사가 가능해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마음이 넉넉해져 오히려 봉사를 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이 돼 드리고 장애인들 수발을 들어주는 것도 봉사자들이 해야 할 중요하고도 힘든 일 중의 하나.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들에게 봉사자들은 유일한 벗이자 보호자이기 때문.
실제 지난 10일 중구 남산동의 뒷골목 골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받아 든 한순애(82.중구 남산동)할머니는 말벗을 붙잡아 놓고 싶어서인지 고단했던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하염없이 쏟아냈다.
친딸처럼 할머니 말에 맞장구를 치던 김성옥(52.달서구 진천동) 주부는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중증장애인과 혼자 쓸쓸히 지내는 노인들을 뒤로 한 채 식사시간을 맞추려 다음 장소로 바삐 발길을 돌려야 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자원 봉사자들은 식사시간에 정확히 맞춰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매정하게 도시락만 배달하고 나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주로 배달을 나가는 남산동 일대에 오르막이 많은 반면 운반수단이 마땅치 않아 직접 손으로 나르거나 손수레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명에 불과한 사랑의 도시락팀이 배달은 물론 장을 보거나 도시락을 만드는 주방일까지 모두 해야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하지만 지금껏 한번도 배달사고(?)를 낸 적이 없다는 것도 이들 봉사자들의 또다른 자랑이다.
서현교회가 선교 대신 도시락 배달에 나선 것은 지난 1999년. 가난한 이웃에게 뭔가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 5년째를 맞고 있다.
이제는 이웃봉사뿐 아니라 참된 기독교적 사랑을 널리 전파, 간접선교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주위의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150개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으나 곧 200개로 늘릴 계획이지만 배달자원봉사자가 많이 부족해 걱정이다.
"요즘 배달에 동참할 사람들을 모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이재석 사랑의 도시락팀장은 "아직도 끼니가 없어 도시락 한개로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때우는 이웃들이 적잖다"며 "불우한 이웃들에 대한 작은 관심이 큰 사랑으로 이어진다"고 사랑나눔에 대한 관심을 바랐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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