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관계에도 봄이 오는가. 북한과 일본이 모처럼 평양에서 마주 앉았다.
일본 외무성의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심의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 일행 5명이 중국을 거쳐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 해결방안을 놓고 북한측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대화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던 양국관계에 화해의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일본 외교당국의 북한에 대한 대화와 압력, 즉 '당근과 채찍'이라는 두가지 외교적 노력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당근의 역할을 맡았던 인물은 외무성의 다나카 히토시 외무심의관. 그는 최근 일본 매스컴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다나카 심의관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시절이던 지난 2002년 9월 북-일 평양 정상회담을 기획, 집행한 엘리트 외교관으로, 일본 정부 내의 대표적인 대북 온건파. 당시 북한에 납치돼 살고 있던 5명의 납치피해자들의 고향방문을 막후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납치피해자들은 평양과의 약속을 어기고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매스컴의 집중적인 보도로 유명인이 됐다. 이러한 연유로 양국 정상회담도 결렬됐고 다시 북-일 간에는 냉기류가 흘렀다.
이때 다나카 심의관은 고향방문이 목적이었던 당초의 약속대로 납치 피해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날 밤 다나카 심의관의 도쿄 자택에는 폭발물과 협박장이 발견됐고, 경찰수사 결과 우익단체인 '일본도(刀)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이 범인으로 검거됐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폭발물이 설치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폭언', 파문은 확산됐다 이러한 가운데도 다나카 심의관은 북한의 '미스터 엑스(X)'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영향력을 가진 측근의 인물과 두터운 파이프라인을 이용, 양국 간 연결의 교류를 계속했다.
일본 시사잡지 '문예춘추' 3월호 특집에는 자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 다나카 심의관이 지난해 한달에 한 번씩 중국 북경(北京)에서 접촉해 온 '미스터 엑스(X)'라는 사람이 송일호 북한 외무성 부국장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당근과 채찍은 비공식 수교협의를 계속하는 다나카 심의관의 움직임과 동시에 북한선박에 대한 감시, 조총련 시설에 대한 면세혜택 중단, 대북 수출기업에 대한 수사확대 등 강경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대화와 압력'이라는 정책기조에 있어서 압력 쪽으로도 무게를 기울이며 대북 강경 조치를 통해 북한의 자금줄을 서서히 차단해 나갔다. 일본 정부로서는 귀국한 납치피해자의 가족들도 일본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들끓는 국내 여론을 도외시 할 수 없었다.
중재를 시작한 중국은 분명 핵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가 핵으로 무장하면 일본도 핵 개발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북한과 일본 사이를 오가며 협의를 중재했다.
그 결과 북한은 다나카 심의관을 특별히 지정하며 일본 정부대표단의 방북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6자 회담이 시작되는 오는 25일 이전에 납치문제를 빨리 털어내고 대북경제 제재 법안을 처리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납치 피해자의 가족들이 일본으로 되돌아 와도 종착점은 아니다. 국교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일본정부는 재개된 북-일간의 교류를 통해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더라도 수면하의 접촉이 계속되도록 협의기관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이는 6자 회담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구성하는 '대화와 압력'의 한 방법이며,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일본의 외교 수완이다.
다나카 외무심의관은 그동안 대북 외교전선의 변방으로 밀려나야 하는 곤욕을 당하기도 했으나 다시 대북 협상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금 평양에서 그가 펼치는 외교력과 함께 도쿄로 귀국한 후 우익단체들과의 대면도 흥미롭다.
박순국 (편집국 imaeil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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