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 1년-엄마 잃은 영천 수미양 3남매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을 지우고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2월18일 영천시 화남면에 사는 박정순(당시 32세)씨는 어린 삼남매를 남겨둔 채 희생됐다.

박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힘으로 엄수미(8) 난영(7)양과 동규(5)군 등 삼남매를 키우기 위해 대구에 있는 요리강습학원에 다니다 참변을 당했다.

지난해 박씨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지면서 온 국민은 눈시울을 붉혔다.

참사 발생 1주기를 맞아 영천시 화남면 삼남매의 집을 찾았지만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다

가족들은 아직도 그날의 슬픔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며느리를 놓아주세요. 아이들 장래도 있고...".

삼남매의 보호자인 할머니 황정자(61)씨와 고모들은 "수미와 아이들이 싫어한다"며 취재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

아이들에게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하루빨리 지워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가족들은 "사고 후 각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었지만 이것이 지나쳐 오히려 아이들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며 "대구지하철 참사는 잊지 말아야겠지만 아이들에게 슬픈 그림자는 빨리 지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기자가 삼남매를 찾은 17일은 삼남매 증조모의 기일이기도 했다.

아침부터 제사음식 준비를 위해 삼촌과 고모 등 가족들이 모이자 사람 만나기를 꺼리던 삼남매도 모처럼 명랑한 모습을 보였다.

"유언이라 생각하고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야지요".

시어머니 황씨는 참사 당일 위급한 상황에서 전한 며느리 박씨의 당부를 되새기며 삼남매를 훌륭히 키울 것을 다짐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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