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보내야만 공부를 잘하나요? 엄마 만한 선생님도 없죠".
자녀 교육열만큼은 최고인 나라. 모두가 1등이기를 바라는 가정. 그러나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말만 많을 뿐 방관자의 자리에 서 있는 게 학부모다.
공교육을 믿지 못하고 사교육에 자녀를 밀어넣어야 하는 현실도 이같은 모습에서 비롯된 분이 크다.
그렇다면 자녀 교육에 있어 가정과 학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유명 학원, 최고 과외교사를 찾아주는 것일까, 수백만원짜리 교재.교구를 아낌없이 사 주는 것일까. '나리뫼' 주부들은 단호히 "자녀와 함께 하는 교육"이라고 그 해답을 던진다.
◇함께 하는 교육 모임 '나리뫼'
'나리뫼'는 산골짜기를 흐르는 작은 개울이란 뜻을 지닌 주부모임이다.
회원은 모두 7명. 지난 2000년 대구동부여성문화센터에 모여 독서지도 강좌를 듣던 주부들이 인연을 이어 만든 배움 동아리다.
이들도 여느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그 방법은 자못 다르다.
우선 가정이 자녀 교육에 적극 참여한다.
'함께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자녀 교육법이다.
책을 읽어도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영화, 연극, 전시회 등도 온 가족이 함께 나선다.
정인숙(42)씨는 "'함께 공부하기'를 통해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살찌우는 밑거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여러 가족이 팀을 이루다보니 혼자 지도하는 것보다 득이 많다.
홀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친구와 어울리는 지혜를 가르칠 수 있고 토론학습, 탐구학습, 조사학습, 때로는 현장체험학습에도 상호보완적이어서 좋다.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정보도 주고 받다보니 가족간 대화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에는 독서일기 등을 모아 나리뫼 가족 글 모음집 '행복이 여기 있네'를 발간하기도 했다.
"사소한 것도 이야기로 풀다보니 아이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것을 알고 싶어하는지 금새 알 수 있죠". (정미연.44) "부모가 함께 하는 학습은 가르치는 보람도 느끼고 아이의 특기 적성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여은하.40)
나리뫼 주부들은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단지 사교육비를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곽인선(34)씨는 "예.체능 분야 말고는 가정학습으로도 학원 수업 못지 않은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책읽기. 하지만 이 또한 강요하진 않는다.
부모가 먼저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책을 고를 때 함께 해 주는 정도다.
그러나 그 효과는 놀랍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책을 항상끼고 다닌다는 것이다.
김태현(10)군은 한달에 10권이상씩 책을 읽는다고 했다.
김군의 독서노트에는 감상문이 빼곡했다.
또 하나의 교육은 답사.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중요한 체험학습이기 때문이다.
기자와 만난 날도 답사계획을 세우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이번 답사는 창덕궁이다.
내친 김에 종묘도 둘러보기로 했다.
김영희(45)씨는 "무턱대고 답사를 떠나진 않아요.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죠. 답사는 우리 것을 알고 배우는데 더없이 좋은 교과서죠"라고 했다.
나리뫼의 올해 답사 테마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우리의 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답사 후면 꼬박 기록을 남긴다.
이다인(9)양이 내민 스크랩북에는 '단종의 역사유적지 영월', '노천 박물관 경주 남산', '효의 도시 수원성' 등 그동안 다녀왔던 답사 일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나리뫼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의 모임이지만 단지 일류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항상 아이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따라가기에 급급해서 불안하고 여유가 없게 되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엄마들이 먼저 말했다.
"어짜피 1등은 한 명밖에 없죠. 모두 1등만 바란다면 꼴찌는 누가 해요? 또 사회는 어떻게 굴러가죠?". 황정자(35)씨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1등을 요구하는 부모의 지나친 욕심은 아이들이 누려야 할 행복을 짓밟을 수 있다고 했다.
그들만의 교육법에 대해 박경선(40)씨는 "혼자만 잘 살 수 있는 성공보다는 세상을 넓게 보고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달아 실천하는 사회인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작은 개울물이 흘러 강물이 되고 바다로 흘러가듯 세상의 다양함을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자녀교육일 것입니다".글.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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