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강도 얼짱' 결국 철창

"어이가 없어요".

23일 공개수배 1년여만에 경찰에 붙잡힌 '강도 얼짱' 이모(22.여)씨는 최근 자신에 대한 '강짱' 신드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도 얼짱의 주인공이 잘못된 세태(?)를 꼬집은 것.

경찰도 단지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특수 강도범인 이씨를 인터넷 스타로 띄운 젊은 네티즌들에 대해 "정작 제대로 된 제보 한 건 없었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씨의 혐의는 특수강도. 그러나 수배 전단에 붙은 이씨의 17세 때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이씨는 일약 '강도 얼짱(강짱)'으로 신창원 이후 최고의 스타 범죄자가 됐다.

'긴 생머리 미인형'의 범죄자는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1순위로 떠올랐고, 급기야 크고 작은 팬 클럽까지 등장했다.

팬 클럽 게시판에는 '한번쯤 실수여서 용서해줘야한다''공범에게 속아서 그랬을 것'이란 답글이 쇄도했다.

얼굴이 예쁜 사람이 나쁜 짓을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식이었다.

강짱 신드롬은 '얼짱' '몸짱' 신드롬에 대한 사회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으며, 뒤이어 마음이 예뻐야 짱이라는 의미의 '맘짱'까지 낳는 등 전국민의 관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씨 자신도 '나쁜 일을 저질렀는데 사회가 왜 이렇게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담담하게 죄값을 치르겠다'고 말하더군요". 포항 북부경찰서 김동권 형사계장은 잘못된 세태에 대해 씁쓸해했다.

이에 대해 대구대 행정학과 전영평 교수는 "올바른 가치가 혼란한 아노미적 상태에 빠진 젊은 세대들이 단지 흥미위주의 선정적인 것에만 열광하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최근 교내 왕따사건으로 학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 역시 학내 폭력에 대한 경계보다 인터넷 동영상에 비쳐진 '흥미 위주'가 문제였다.

우리의 인터넷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회1부.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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