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남구 대명3동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의 상담실장 김동현(金東鉉.40) 목사는 요즘 출근하면 일부러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자주 웃으려고 노력한다.
'코리안 드림'을 못 이룬 상태에서 강제출국이 두려워 일터에 나가기는커녕 외출도 못하는 30여명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을 대할 때마다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감추기 위해서다.
물론 자신을 보호자이자 친구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도 있다.
"정부가 연장해 준 자진출국 유예기간이 2월말로 종료돼 3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이 실시될 것으로 보이자 더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경주 출신으로 공업계고교를 졸업하고 양말공장과 농기계 공장 현장에서 10년 이상 일하다 29세때 신학대학에 진학, 2002년 목사 시험을 통과한 그가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2월. "상주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중 민중교회인 이곳에서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생산현장 근로자를 위해 일하고 싶어 지원했지요".
악덕 사업주의 임금착취나 폭행 등 외국인 근로자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해결하는 것이 주임무인 그는 지난 1년간 많은 경험을 했다.
대구.경북 관내 경찰서는 안 가본 곳이 거의 없고, 체임업주로부터 욕설은 물론 협박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다.
최근에는 대구시 서구 관내 한 체임업주로부터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김 목사는 현재 한국에 불법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귀국을 죽음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어 보내지 않으면 고국에 있는 가족들은 먹는 것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고, 우리나라에 오는 비용을 구하기 위해 빚을 냈거나 집을 담보로 잡힌 사람이 많습니다.
대부분이 한국에 오는데 든 비용도 다 건지지 못한 상태인데 가려고 하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나라에는 없는 일자리를 찾아 이역만리 타국에까지 온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실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3D업종의 기업은 사람을 못 구해 아우성이지 않습니까. 그런 곳에서 묵묵히 일해온 사람들까지 체류 기간이 오래됐다고 무조건 출국하라고 해서는 안돼죠".
또 정부가 2월말까지 자진출국하는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재입국을 보장하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지만 그것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입국한 지 5년 넘은 이는 일단 출국했다 다시 오라고 하지만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재입국 방법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오는 8월 시행될 외국인 고용허가제에도 사업장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고 지적한 김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일할 의사가 있는 이주 노동자들은 체류 기간에 관계 없이 모두 양성화하고, 그들이 당초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잠재적인 우리나라 팬을 만듭시다".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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