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나라 안팎이 몹시 시끄럽다.
당초 탄핵의 법적 요건 해석 등에 관한 일부 야당의원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3월 11일의 대통령 기자회견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투신자살 이후 급격히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정치적 의미가 더 커
아직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섣불리 그 결과를 예측하거나, 이제 와서 탄핵의 법적요건 구비여부를 상식선에서 가타부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건국 후 최초로 쿠데타가 아닌 방법으로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온 국민이 그 결과를 보면서 울부짓는 사람과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로 나누어져 살벌한 모습을 연출하며, 주가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어떤 국민인들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가 있겠는가. 국가 신인도는 어떻게 되며 대북, 대미 외교관계에는 당장 지장이 없을 것인가를 걱정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듯이 이번 탄핵소추안의 의결은 법적인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보아야 한다.
국민여론도 부정적이었는데다가 탄핵안을 발의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에서조차 처음부터 쉽게 가결되리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라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므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도 사실 정치적 대응 여하에 따라 국정최고책임자에 대한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물론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야당의 결속력을 강화시켜준 일면도 있지만, 야당은 야당대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또 나름대로 탄핵안 가결이 4.15총선에 미칠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 불행한 사태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국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인은 다음과 같은 대다수 국민의 우려를 반드시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헌법 제 65조 제 3항 규정에 따른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됨으로 인한 국정의 불안이다.
물론 국방과 외교를 포함한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국무총리가 대행한다고는 하지만, 잠정적 권한대행자로서 단순한 관리가 아닌 중요정책의 소신있는 추진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므로 그 만큼 국정운영이 지체됨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으로서의 권한행사 정지가 총선에 긍정적인 방향에서든 부정적인 방향에서든 영향을 미친다면 그 또한 헌정상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가장 우려되는 점은 우리 사회에 새로이 드러난 분열과 적대현상이다.
단순한 정치적 이념 차이가 아닌, 이를테면 좋은 학교 나오고 대우받으며 살아온 사람과 그렇지 못하다고 느껴온 사람들과의 계층적 간극이 살벌하리만큼 벌어져, 이제는 사회적 동질성을 해칠만큼 반노, 친노로 갈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항의를 분신이나 국회건물을 향한 자해적 차량돌진으로 표시하는 모습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모두가 패자 국민이 심판해야
셋째, 대통령직의 권위에 관한 문제이다.
헌법재판소의 심판결과 설사 탄핵소추안이 기각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4년간 과연 권한행사가 정지되었던 대통령이 국민이나 외국정부에 대하여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당당할 수가 있을까.
이와 같은 국민의 우려를 생각한다면 결국 이번 탄핵안의 가결로 여야의 정치권이 얻은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패자일 뿐이다.
오기에 찬 대통령의 기를 꺾었다고 하더라도,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극하여 총선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나라의 먼 장래를 생각하면 그로 인한 조그마한 이익이 만성적 국회불신과 국정운영의 정체, 그리고 국가위신의 추락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대통령의 기질로 보아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더 유연하고 너그럽기를 기대하는 것도 일단은 무리로 보인다.
야당의 행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국민은 그들 모두의 정치적 계산을 뛰어넘는 냉철한 판단을 이번 총선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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