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선심(善心)'이 사라졌다.
17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문전성시를 이루던 식당과 술집은 파리를 날리고 있고 '선거 특수'를 누렸던 온천장 등 관광지도 불경기 여파에다 선심관광 단체 손님도 거의 없어 울상이다.
거액의 불법선거 신고 포상금을 내건 선관위와 경찰 등 당국의 단속이 유례없이 강력해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은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자칫 패가망신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여야 정당들이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어 상대 후보의 불법선거 감시망이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강화되면서 선거사범 적발 건수가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오모(46.안동시 동부동)씨는 "종전 선거 때는 동창회, 계모임, 동호회 등 온갖 명목의 모임으로 선거일 2개월 전부터 문전성시였으나 이번 선거에는 선거 접대가 거의 없다" 고 했다.
안동시내 모 관광회사도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오히려 손님이 급감했다.
경찰이나 선관위가 사흘이 멀다하고 단체관광 예약상황과 목적 등을 조사하는 바람에 선거 선심관광은 엄두도 못내게 됐다.
경주, 울진 등지의 관광업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주 보문단지 조선온천관광호텔 대형온천장 경우 선거철마다 단체 관광객이 몰렸으나 '선심 관광' 손님은 물론 경기침체 영향으로 목욕손님이 평소보다 30% 가량 줄었다.
울진군 온정면 백암 온천장도 선거철마다 관광버스와 승합차로 주차장이 꽉 찼으나 올해는 경주역에서 백암 온천장으로 운행하는 정기 전세버스조차 손님이 없어 운수업체들이 경영난을 걱정할 정도다.
선거와 무관한 단체 관광객들조차 공연한 오해가 싫어 예약을 취소하고 일정을 선거 뒤로 미루는 실정이다.
경주의 한 특급호텔 판촉팀 관계자는 "향우회, 동창회 모임마저 거의 없어 연회장이 텅텅 비어있다"면서 "해마다 실시하던 사원연수까지 총선 이후로 미루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불법선거감시 시민단체회원인 김상태(34.안동시 옥동)씨는 "단속과 처벌의 강도가 심할수록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 더욱 은밀한 거래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개선됐다"며 "유권자 의식도 달라지고 있는 만큼 '클린 선거' 정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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