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리는 2004 아테네올림픽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이란전은 사실상 올림픽티켓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한판이다.
이번 경기의 승리는 아테네행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패할 경우에는 5회 연속 아테네올림픽 본선 진출이 미궁 속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해외파인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등을 투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고 이란 또한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나비드키아 등을 내세워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한국, 테헤란 징크스 깨질까= 중국이 한국에 공한증을 갖듯이 한국 또한 중동, 특히 테헤란에서는 이란과 맞붙어 단 한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지금까지 테헤란에서 이란과 치른 한국 각급 대표팀의 성적은 1무2패. 한국성인대표팀은 74년 테헤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0-2 패배를 당한 뒤 77년 월드컵 예선에서도 2-2로 비겼다.
또 청소년대표팀은 73년 이란과 준결승에서 0-1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등 이란은 고비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 대표팀은 1주일간 해발 1천800m의 중국 쿤밍에서 적응훈련을 통해 고지인 테헤란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마쳐 이번에는 징크스를 깨겠다는 결의에 넘쳐있다.
하지만 이란은 테헤란에서 열린 2002월드컵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홈 텃세를 내세워 아일랜드를 1-0으로 꺾는 등 안방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한국의 테헤란 정벌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중전의 승자는= 17일 테헤란에 비 또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이란전은 '수중전' 또는 '설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팀은 이미 이에 대비해 잔디 깊숙이 축구화가 박히는 스터드를 비롯한 장비 일체를 준비했고 수중전에 대비한 전략도 선수들에게 주지시킨 상태다.
김호곤 감독은 "수중전이 되면 아무래도 볼 컨트롤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 패스를 차단한 뒤 문전으로 찔러주는 방법을 구사하게 될 것 같다"며 "양팀 모두 누가 유리하다고 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현지 교민들은 "이란 축구선수들이 수중전을 펼쳐본 경험이 별로 없다"면서 "이런 면에서 경험이 풍부한 한국 선수들이 더 유리한 입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적당히 비가 오면 몸이 둔한 이란의 장신 선수들보다 스피드와 개인기 있는 한국 공격수들이 통할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면서 수중전에서는 체력보다는 개인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청소년멤버, 테헤란 악몽 털까=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는 2000년 당시 청소년대표로 테헤란 땅을 밟았다 아픈 기억을 안고 떠난 선수들이 많다.
당시 청소년대표는 주포 조재진을 비롯한 최태욱, 이천수, 김동진, 최원권 등 현 올림픽대표팀 베스트 멤버들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
당시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이들은 테헤란에서 열린 제32회 19세이하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중국에 패하는 등 1승1무3패의 저조한 성적을 내며 4위에 그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끔찍하다"는 조재진은 "이제는 예전의 내가 아니고 다른 동료 또한 기량이 급성장했기에 이란전 승리로 당시 테헤란의 악몽을 털쳐내겠다"고 밝혔다.
▲이천수, 플레이메이커 성공 여부= 이천수가 박지성(PSV 에인트호벤)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게돼 그의 포지션 적응 여부가 이란전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천수는 조재진과 투톱을 이루는 방안까지 고려됐지만 박지성이 빠짐에 따라 마땅한 대체요원이 없어 한일월드컵을 치른 한국인 최초의 프리메라리가 이천수가 긴급 수혈됐다.
이천수는 이번 역할에 대해 "지난번에 박지성이 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플레이메이커를 맡을 차례"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최성국 또한 "이천수는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로 팀에 항상 사기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선수"라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축구전문가들은 거스 히딩크 전 성인대표팀 감독이 당시 이천수를 플레이메이커로 중용하지 않았던 점을 주목하며 왼쪽 날개가 적합하다는 견해를 피력해 이란전 활약 여부가 기대된다.
▲붉은악마 응원전= 150명의 붉은악마가 10만명의 이란 축구팬과 대적한다.
한일월드컵 당시 응원의 진수를 보여줬던 축구국가대표서포터스 '붉은악마'가 전세기편을 이용해 이란 원정 응원에 나선다.
작전명 '사막의 붉은 폭풍'이라고 명명한 이번 이란 원정대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10만 관중이 몰리는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렬한 꽹과리 응원으로 올림픽대표팀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특히 이번 원정대는 '금녀의 집'으로 불리던 아자디경기장에 여성회원을 동반하는 등 최고의 응원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교민들도 수백명이 참가해 태극기를 휘날릴 작정이다.
하지만 열광적이기로 소문난 이란 축구팬 또한 폭죽을 동원한 응원으로 붉은악마에 맞설 것으로 보여 양팀간의 경기 외에 응원전 또한 볼만할 것으로 보인다.(테헤란=연합뉴스)
사진 : 15일 오후(한국시각) 한국올림픽축구 국가대표팀이 계속된 눈으로 테헤란 아자디 스포츠 스타디움 내에 있는 실내 풋살 경기장에서 적응훈련을 하고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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