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방극장에서 최수종.최진실의 열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장미의 전쟁'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부부의 갈등과 이혼, 그리고 재결합을 그리는 드라마다.
'장미의 전쟁'. 결혼한 남녀의 갈등과 싸움을 이렇게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과연 부부싸움은 장미의 가시에 살짝 긁히는 것처럼 따끔하게 아프고 마는 것일까. 대중매체에 그려지는 '장미의 전쟁'은 생각보다 살벌하고 처절하다.
인기 랩 그룹 지오디(god)는 '장미의 전쟁'에서 '사랑이 어떻게 증오까지 왔단 말인가… 상처조차 받지 않아 이 정도 말로는 이제 아프지도 않아 무딘 가슴은…'이라고 노래한다.
마이클 더글러스.캐서린 터너 주연의 영화 '장미의 전쟁'에서의 부부싸움은 죽음으로 끝이 나는 피 튀기는 부부전쟁으로 그려지기까지 한다.
#진행형인 '장미의 전쟁'
지난달 안동에서는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공기총으로 쏜 남편이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정폭력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부부 갈등의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안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속앓이를 하는 부부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 인근에는 허름한 사무실이 하나 있다.
열린가정법률상담소. 이혼 도장을 찍기 직전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아보려고 들르는 부부들이 적잖다.
한 여성은 월요일 이혼법정에 출두하기 전 토요일 밤중에 전화해 상담시간이 아닌데도 막무가내로 하소연할 정도로 절박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곳에서 상담을 맡고 있는 서은혜 한나가정의 집 원장은 "부부의 갈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자질구레한 이유들이 쌓이고 쌓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한다.
결혼해 바깥일에 바빠 집안 일은 신경도 쓰지 않는 남편, 혼자서 육아.가사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 시부모와의 갈등, 남편의 바람…. 서로 대화없이 한달 이상 냉전을 하며 부부싸움을 하는 이들도 적잖다.
참을 데까지 참다가 결국 감정이 폭발하면 가장 손쉽게 생각하는 해결책이 바로 이혼이다.
더 이상 갈등없이 법대로 빨리 해결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처럼 이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혼은 또하나의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가 더 흥분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긴 여성이 먼저 답답한 마음을 터놓게 되는 대상은 친정 어머니나 친구다.
그런데 상담을 해줘야 될 이들이 당사자보다 더 흥분해 이혼을 부추기는 측면이 적지 않다.
요즘 이혼하는 부부들은 시어머니보다는 친정 어머니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사위와 장모의 갈등으로 상담하고 이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요즘 젊은 여성들이 시댁보다는 친정과 가깝게 지내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맞벌이를 하며 친정 어머니와 함께 살거나 친정 근처에 살면서 아이를 맡기는 등 친정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친정 어머니가 딸의 결혼생활에 개입하고 부부싸움에도 끼어들어 갈등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상담자들은 "결혼 후에도 정신적.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도움을 바라는 딸의 이기심과 함께 친정 어머니도 홀로서기를 못하는 경우 부부 문제를 해결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해결책이 있다
미국 코넬대 인간행동연구소는 남녀의 뜨거운 사랑은 일시적인 화학적 반응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5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사랑을 느끼는 남녀가 18∼30개월이 지나면 대뇌에 항체가 생겨 더 이상 사랑의 화학물질이 생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술'과 '훈련'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상담소를 찾은 부부들의 내적 치유를 맡고 있는 서은혜 원장은 "부부 갈등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고 해결책이 있다"며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행복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갈등을 겪는 부부들을 매주 한번씩 10주에 걸쳐 교육하고 있는 서 원장은 "상대방을 격려하는 긍정적인 언어를 쓰는 부부대화법은 말뿐만 아니라 감정과 생각, 행동까지 변화시킨다"며 "부정적인 감정까지 노출시킬 정도로 부부 대화가 열리면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부부싸움은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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