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탄핵정국에 지역이슈·인물대결 묻혀"...총선자문단 긴급 간담회

매일신문은 총선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30일 저녁 총선자문위원단 가운데 정치학.사회학.법률 전문가 3명을 초청,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16일 앞으로 다가온 제 17대 총선이 역대 다른 선거와 달리 뚜렷한 정당대결 구도 그것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간의 양당 구도로 급격하게 자리잡고 무소속이나 군소정당 후보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대한 각 분야 자문위원들의 전문적인 시각에서 해설과 분석을 듣기 위함이었다.

또한 선거문화에 대한 진단과 함께 자문위원 각자가 바라보는 이번 총선 보도에 대한 평가도 들어봤다.

이날 좌담회에는 계명대 사회학과 김혜순 교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하세헌 교수, 나태영 변호사가 참석했다.

사회는 홍석봉 정치1부장이 맡았다.

-홍석봉 부장=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탄핵정국으로 인해 열린우리당 지지율의 급부상과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박근혜 효과도 있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이번 선거가 어떤 형태로 요동을 치고 흘러갈지도 궁금하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이번 총선과 관련한 선거양상을 어떻게 보는지 말해달라.

▲하세헌 교수=이번 선거가 정치발전이나 정치개혁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탄핵정국과 결부됨에 따라 그러지 못해 아쉽다.

이번 선거가 총선으로서의 의미는 상실했다고 본다.

총선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지역적 이슈나 인물론은 배제되고 탄핵정국으로 인해 친노와 반노, 찬탄핵과 반탄핵으로 온 나라가 나뉘어져 정치개혁이나 정치발전적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라고 본다.

대구에서도 지역주의 해소는 중요한 이슈였고 총선정국이 그대로 갔다면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냉정한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이라는 국가적 이슈에 함몰돼 정당대결 구도로 변질되고 또다른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우려된다.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타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세를 얻으면 이 지역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쪽으로 표를 결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과적으로 또다른 한나라당으로의 세 결집과 싹쓸이는 아니더라도 지역 선거를 압도하는 현상을 낳을 우려도 있다.

▲김혜순 교수=사회현상이라는 것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선거는 지역의 여론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달린 만큼 영향력이 있는 매일신문의 역할도 크다고 본다.

때문에 언론은 이번 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하고 다양한 시각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여론선도 기능을 갖고 있는 신문이 정당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돈은 묶고 말은 푼다고 한 이번 선거법 개정의 정신에 비춰볼 때 지난 대선에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인터넷이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까, 또 어떻게 그 위력과 영향력이 변형되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어떤 측면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주도하는 인터넷과 기득권층이 주도하는 대중매체의 알력이 첨예화되는 선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태영 변호사=포상금 제도가 시행되고 돈 선거 등 부정선거를 못하게 원천적으로 선거법을 바꿔놓은 것을 보면 세상이 변했음을 실감케 된다.

과거와 같은 싹쓸이 선거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

이 정도만 돼도 법적.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열린우리당 등 한나라당이 아닌 정당에서도 의석 수에 관계 없이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선거라는 점 만으로도 정치개혁 측면에서는 희망적 징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다.

돈선거, 부정선거를 막는 데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선거특수 등 일부 경제적 반짝 효과도 없고 선거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하는 역작용도 있는 것 같다.

정치 냉소주의와 합쳐져 투표율을 낮출지도 모른다.

▲하=선거법 개정과 관련, 딜레마를 느낀다.

돈 안쓰는 정치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정치신인이나 무소속 후보는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어 결정적으로 불리해진 것 같다.

선거기간은 짧고 단속이 강화됨으로써 정당중심 구도로 선거판도가 흐를 우려도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새 정치의 현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돈선거를 막는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정치신인 진출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상충되는 것 같다.

-홍=언론에서만 선거 분위기가 있고 일반 유권자는 선거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후보의 면면도 잘 모르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새 제도가 정착되는 과도기이며 어쩔 수 없는 고통이라고 본다.

선거법상 5% 지지도 제한으로 방송토론회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 대결구도의 선거에서 무소속과 정치 신인의 출전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은 아니지만 이전 제도와 비교할 때는 분명한 발전이며 정치나 선거의 발전 과정에 나타날 수 있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본다.

-홍=선거법의 개정 탓인지 무더기 선거법 위반자가 속출하고 불법 선거 사례가 몇 배나 급증하고 있다.

불법이 많아진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단속이 강화된 이유가 더 강한 것 같다.

어떻게 보는가. 무소속 후보의 입지가 어려워졌는데.

▲나=적발건수가 많다고 선거의 혼탁상이 두드러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법 적용이 엄해진 것이 이유일 것이다.

선거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 전체적으로 볼 때는 상당히 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선거제도에서도 신인이나 무소속의 불이익은 정당 소속 후보에 비해 현실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결국 미디어 선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나 활자매체인 신문은 방송이 갖지 못하는 장점을 살려 후보와 정당에 대한 정보제공의 역할을 다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방송의 부족분을 보완해야 한다.

▲하=신인이나 무소속 후보에 대한 기회균등 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돈선거 근절에 치중하다보니까 미디어 선거가 강조된 것이다.

따라서 대면접촉의 기회가 줄어든 것도 보완돼야 하는데 미디어 선거로는 한계가 있다.

또 무소속 후보 지지율 5%를 방송토론회 참가 자격으로 둔 조항도 문제가 많다고 본다.

후보연설회 비용의 문제도 지적돼야 한다.

▲김=기준이 엄해진 때문에 단속 건수가 늘어났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그 위반 건수 속에 돈에 관한 것도 많지만 인터넷과 관련된 선거위반 건수가 많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네티즌이 인터넷 상에서 엉망으로 해서가 아니라 인터넷에 오프라인(off line)의 잣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IT, 인터넷 강국이라면서 법 규정은 아직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 신문 만평에 날 수 있는 내용이 인터넷 상에서는 선거법위반으로 적발되는 현실도 문제다.

-홍=정국의 흐름이라는 여론에 너무 동떨어지지 않고 뒤따라가야 하는 언론의 속성과 신문 보도의 한계성과 문제점 등도 있음을 이해해 달라. 경마식 보도를 자제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정책이든 공약이든 전혀 먹혀들지 않는 대신 정당 간판만 내건 후보들이 여론 선두를 달리는 현상을 무시할 수도 없지 않은가.

▲김=이번 총선이 탄핵정국과 맞물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너무 거기에 매달리지 말자. 새로운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

현실하고 너무 동떨어진 것은 안되지만 지방분권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방분권적 사고를 가진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중앙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안된다.

이 지역을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정당과 상관없이 지방분권이 국회의원을 뽑는 첫째 조건이어야 한다.

후보들에게 재산세를 내느냐, 가족이 모두 내려와 이곳에 터전을 잡을 수 있느냐를 물어볼 수도 있지 않은가.

▲나=어느 때보다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있음에도 탄핵 후폭풍이라는 현상 때문에 다시 또 일도양단식 편가르기로 회귀하는 선거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이냐 열린우리당이냐를 구분하는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하=구체적 쟁점이 탄핵 정국에 모두 묻혀버렸다.

지역주의도 털어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

지역주의에 불만이 크지만 또다시 지역주의가 위력을 발휘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럼에도 투표율 제고에 대한 홍보 캠페인도 언론의 과제다.

1인2표제 등 제도의 변화에 대한 인지도 제고 역시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김=지방분권과 지역주의 해소에 이슈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또 너무 현실에만 매몰되지 말고 현실이 어떤 방향으로 간다고 해도 선도 내지 계도의 측면도 강조돼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홍=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이 거의 가시화되는 단계에 와 있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하=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 가야 한다.

진보정당의 원내진출도 바람직하다.

정치발전에 분명히 플러스 효과가 있다.

그러나 현 여야 격돌이라는 정국 상황이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에 방해가 돼 민노당의 의석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정치발전의 큰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 노동자 계층과 노조의 파워를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노당의 원내진출은 당연하다고 본다.

▲김=민노당은 더욱 약진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가장 잘 대변하는 정당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서 민노당이 더욱 커지기를 바란다.

-홍=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양자택일 선택의 구도로 무소속 군소정당 후보의 몰락이 벌어지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결구도가 다른 이슈를 함몰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지역의 문제점보다는 탄핵정국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이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선이 원내 1당이 되기 위한 싸움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하는 싸움으로 변질돼 버린 것으로 보여 정치발전을 정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 같아 걱정이다.

▲김=선거를 계기로 뭔가 바꾸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든 야든 정치인의 놀음에 그만 놀아나도록 하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유권자들이 선거에 많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 새로운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나=정치.경제상황이 국민들로 하여금 등돌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 또한 반 정치개혁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현상에만 매달리지 말고 누가 얼마나 이 지역을 위해서 일을 해왔는지 아니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사람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신문은 그런 가치 판단을 위한 정보를 양과 질에서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정리=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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