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가 왔어요"
54년만에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난 아들 최종훈씨(71)는 말을 하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어머니 조 씨(99) 할머니를 부둥켜 안았다.
전날 "가다가 죽더라도 아들을 보러 꼭 금강산에 가겠다"던 어머니는 막상 17살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나서는 이미 기력이 쇄진했는지 눈물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제9차 이산가족 상봉단 2진이 1일 오후 금강산에서 반세기전 헤어진 가족을 만
났다.
최고령자인 조씨 할머니를 비롯한 남측 100가족 486명은 육로를 통해 방북, 조
할머니의 아들 최씨 등 북측 가족 101명과 금강산 온정각휴게소에서 단체상봉을 가
졌다.
50여년만에 만난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식, 오누이와 조카들은 한꺼번에 울음
과 탄식을 터뜨리며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6.25전쟁 당시 17살이었던 아들 최씨는 "어머니 제가 왔어요"라며 54년만에 만
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6형제의 둘째아들인 최씨는 형과 동생들의 이름을 차
례로 부르며 생사를 확인했지만 형 정호씨와 부친 최규선옹이 1998년 함께 돌아가셨
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떨구었다.
거동이 불편한 조 할머니는 이날 아침 만일에 대비해 딸 최종란씨(55)와 함께
강원도 속초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에 도착할 때까지 구급차를 탔다.
고령의 이산가족이 상봉행사 뒤 구급차로 남측까지 이송된 것은 있지만 남측에
서 북측으로 구급차를 타고 간 것은 조 할머니가 처음이다.
북측 최고령자 박권석(91)씨도 남쪽의 아들 원대(61), 원옥(60)씨와 딸 연옥(56)
씨를 만났다.
아들 원대씨는 3년전 돌아가신 어머니 정순악씨의 사진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박씨는 "네 어머니는 살아있느냐"는
질문을 거듭했지만 원대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북측의 형 이대규(77)씨를 만난 남측의 동생 대용씨는 "어머니 아버지 다 돌아
가시고 나 혼자 살아 남았다. 형님때문에 어머니가 눈을 감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형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남측 상봉단 우봉제 단장(한적 경기지사 회장)은 "생존확인 과정에서 적십자에
등록된 12만여명의 이산가족 중 이미 2만여명이 돌아가신 사실을 확인하고 가슴 아
팠다"며 "상봉단 선발과정에서 고령자를 더 배려해 상봉단 2진 중 80세 이상인 분이
39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남북의 가족들은 이날 두시간의 단체상봉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환영만찬을 함
께 한 뒤 각각 해금강호텔과 김정숙휴양소로 헤어져 첫날 밤을 보낸다.
2일에는 해금강 호텔에서 가족별로 개별상봉을 갖고 김정숙 휴양소에서 공동중
신을 한 뒤 참관행사를 가질 예정이다.(금강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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