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인생은 관광열차...

온 천지에 봄빛이 넘실거린다.

살며시 다가오던 봄처녀의 발걸음이 이젠 성큼성큼 보폭이 커졌다.

한낮엔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눈을 아롱거리게 한다.

이런 날엔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박인희의 노래를 허밍으로 흥얼거려보고 싶어진다.

'산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 들넘어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완연한 봄기운 속에 유원지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텅 비었던 대구의 수성못에는 며칠전부터 쌍쌍이 아베크족을 태운 오리배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겨우내 적막했던 유람선 선착장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신명나는 트로트 음률이 까닭없이 마음을 달뜨게 한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한껏 여유롭고 넉넉해 보이는 풍경이다.

기껏 작은 오리배를 타면서도 저토록 행복해 하는 소박한 사람들….

어느새 꽃놀이 관광철이다.

엄격해진 선거법으로 선심용 관광이 서리를 맞은데다 오랜 불황탓으로 예년의 북새통같던 관광특수는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떠나는 관광버스며 관광열차들을 더러 볼 수 있다.

'인생은 관광열차로 여행하는 것'이라 했던가. 우리 산다는게 결국은 관광열차타고 한바퀴 휘익 세상구경하다 어디선가 내려야 하는 거와 마찬가지라는 거다.

그렇다면 잠시잠깐의 즐거움과 서운함에 그토록 미련을 갖고 애면글면할 필요가 당최 없는 것을. 또한 이 생이 영원하기라도 하듯 무거운 짐보퉁이 바리바리 이고 질 필요도 없는 것을.

그토록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하던 총선 선거일도 이젠 내일모레. 출마자들은 지금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며칠 후면 희비가 엇갈릴터. 왠지 승자에 대한 박수보다는 패자들에 대한 연민이 앞설 것 같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깊은 좌절감과 심화(心火)에 시달리게 될까. 최근 '화(火)'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밝힌 책을 낸 김열규 교수는 화병을 심암(心癌)으로 진단, 그 처방으로 자신을 잘 다스리고 타인을 존경하며 자연과 벗할 것을 조언했다.

그렇다면 승자에겐? 목이 뻣뻣해지는 고질병을 막기 위해선 '등고자비(登高自卑:높이 될수록 자신을 낮춘다)'의 자세가 최선의 처방전 아닐는지.

전경옥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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