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주변에서 칸 영화제 얘기를 워낙 많이 해와 의식하긴 했지만 막상 출품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드네요. 앞으로 영화를 연출하는 데 좋은 여건이 마련될지도 모르니 개인적으로 좋은 일일 수는 있겠지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다음달 12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홍상수(43)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무엇에 관한 영화일까. 홍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짧은 말로 표현하는 대신 영화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 한 줄로 설명은 하기 힘들다"면서 "중심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이미지의) 조각들이 떠올려지고 이것을 모아(촬영) 알맞은 것만 걸러낸다(편집)"는 말로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영화 제목은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에서 따왔다. 그는 제목이 자신의 영화 스타일과 통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자나 남자, 미래는 많이 쓰는 말이지만 이들의 조합은 아무리 곱씹어 봐도 느낌이 쉽게 다가오지 않더군요. 하지만 제목으로 쓰게 된 것은 이런 이상한 상태가 좋아서 끌리게 됐기 때문입니다. 세 단어처럼 영화도 에피소드만 나열돼 있을 뿐 하나의 메시지로 모아지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제목과 영화는 일맥상통한 점이 있습니다."
'여자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등에서 감독이 보여줬던 '날카로운 일상의 잔인한 발견'과 같은 선상에 있어 보인다.
영화 속의 두 남자 헌준(김태우)과 문호(유지태)는 오래간만에 만나 중국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7년 전 자신들의 연인이었던 여자 선화를 만나러 부천으로 떠난다. 카메라는 때로는 위선적이고 착하기도 하고 이기적이고 잔인하기도 한 두 남자를 넓은 화면 속에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5일 개봉한다.
다음은 홍 감독과 나눈 일문 일답.
--영화가 두 남자가 한 여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팬터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환상 없이 사랑할 수 없고 환상처럼 자극적인 것은 없다. 환상은 깨지지만 환상 안에서 사랑하는 것인 만큼 너무 많이 훼손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영화 속에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보는 판타지의 장면이 삽입될 예정이라고 들었지만 완성본에는 빠져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꼭 처음 트리트먼트의 의도를 좇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미지의) 조각들이 발생하고 이를 촬영중 구체화할 수는 있지만 편집에서 원하는 것을 걸러내면 될 뿐이다.
--주로 카메라를 고정시켜 촬영하고 있는 이유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첫 커트를 촬영할 때 고정시켜 촬영했고 계속 이 방식으로 찍다보니 이 스타일이 내게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고정된 프레임 속에 움직임을 집어넣으려면 힘든 점도 많지만 그 저항을 깨뜨리고 뛰어넘는 즐거움도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재미있는지 보려고 카메라를 고정시킨 뒤 앵글만 수평으로 바꾸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했다.
--영화마다 다른 배우들을 출연시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전에 같이 작업을 했기 때문에 다시 안 하겠다는 원칙 같은 것은 없다. 접촉은 했지만 배우들 사정으로 출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특별히 기피할 이유는 없다.
--흥행에 부담은 없는가.
▲사실 걱정되는 것은 돈 들인 데 비해 관객 수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정 안 되면 디지털(6㎜)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제작자 중 돈을 벌려고 제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다른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내가 35㎜ 카메라로 찍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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