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이 이른 남편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둔 후 아들 침대로 가서 잠으로부터 아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볼에 입도 맞추고, 코도 살짝 깨물어 보고, 아직도 야들야들한 아들의 손으로 내 뺨을 쓸어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7시 45분, "아들, 학교 잘 갔다 와. 오후에 만나자". 엉덩이를 톡톡 치면서 아들을 보내놓고 창문들을 활짝 열고서는 설거지며, 청소를 시작한다.
그 사이에 세탁기는 빨래 한 바구니를 내놓는다.
텃밭을 둘러보러 가시는 아버님을 배웅하고 외출준비를 시작한다.
"10시까지 아파트 앞으로 내려갈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깜박깜박, 오늘은 매천동 농수산물 시장에 과일을 사러 가기로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딸기잼을 만들려면 요즘이 가장 적당한 시기이다.
아이들 때문에 친구가 된 같은 아파트 엄마들과 드라이브를 겸해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러 나선다.
이렇게 공동구매를 하면 싱싱하고 좋은 물건을 싼값에 구입도 하고, 오고 가는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살림에 대한 정보나, 아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가끔은 내 가족에게도 말못할 이야기까지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
아줌마들의 활기찬 오전은 그렇게 흘러간다.
딸기를 개수대 가득 부어 놓고 식초 몇 방울을 떨군 후 씻어서 채반에 받쳐 놓고 어제 소금에 절여서 말려놓은 가죽을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다.
오래 전 시어머니께서 해주시던 맛에야 댈 수 없지만 내손으로 직접 했다는 흐뭇함에 옆에 사는 동서네도 나누어주고 친구들에게도 작은 통에 조금씩 담아 돌린다.
물 빠진 딸기를 큰 냄비에 담고 가끔씩 눋지 않게 저어주니 달콤한 향이 아들이 좋아할 모습과 함께 온 집안에 가득하다.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졸여지도록 해 놓고 은행에서 잠깐 커피타임을 가지기 위해 과일상자와 함께 헤어졌던 엄마들이 다시 모였다.
세금은 대부분 자동이체로 납부하지만 현금도 찾고 자동판매기에서 빼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재미로 하는 '세줌마적금회비'를 내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아들에게 간식을 챙겨 먹인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또 학원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이 애처롭지만 엄마가 옆에서 함께 하기에 아이도 든든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텃밭에서 솎아온 상추를 다듬다가 문득 6년 전 이때가 떠오른다.
업무마감시간에 맞추어 바삐 왔다 갔다 하면서도 마음은 늘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에게 가 있었다.
아들의 초등학교입학을 앞두고 엄마 손이 정말 필요로 할 때 아이 곁에 있고 싶어서 주변에서 모두들 아까워하는 직장에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했으면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보다 몸은 더 편한 생활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문화센터를 활용한 여러 가지 취미교실, 절기에 맞추어서 내가 직접 해보는 시절음식들, 이웃들과의 작은 행복나누기 등 직장생활을 할 때 돌아보지 못한 많은 마음의 여유에서 오는 내 삶의 풍족함에 늘 감사한다.
나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몸짱도 아니고 요리를 잘하는 요리짱도 아니다.
또 뛰어나게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조미료 없는 먹을거리 준비와 내가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직장이나 학교에서 마음 편히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을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작은 힘이라고 된다면, 지금 이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아줌마라고 불려도 행복하다.
김현주(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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