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미_동기부여 되면 '절반의 성공'

자녀를 영어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당연히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 이면에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되는 우리나라 학교 영어 교육이 형식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교육부가 영어 조기교육을 외치며 시작을 초등 3학년으로 낮추긴 했지만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초등 3, 4학년이 주당 한 시간이고 5, 6학년이 두 시간이다.

이 정도의 투자로 외국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학부모로서는 결국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일까.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초등 교사들이 활용하는 영어 교육의 방법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이 가장 유용하게 여기는 방법은 주당 한두 시간인 영어시간을 매일 10~20분으로 쪼개는 것이다.

외국어를 습득하는 일은 한 번에 몰아서 익히기보다는 짧더라도 지속적인 노출이 이루어질 때 훨씬 효과적이다.

가정에서 이 시간을 조금만 늘려주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좌뇌에 쌓이는 기억들을 장기적인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선 노출되는 시간을 꾸준히, 가급적 많이 할애하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언어 습득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인지 능력도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는 7~12세 사이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교사들은 또 여타 수업시간이나 학생들 사이의 역할 놀이 등 이른바 'Classroom English'를 통해 학생들에게 주는 영어 자극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정에서도 어렵잖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 가족 사진첩을 꺼내보면서 "Who is this?", "Where is this? "등의 간단한 질문을 자녀에게 던지고 "My cousin", "Jeju island" 등의 대답을 이끌어내는 식이다.

학교를 마치고 들어오는 자녀에게 학교 생활이나 몸 상태 등을 간단히 묻는 것도 좋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수준을 낮추고 기대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비춰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모국어는 대개 만2~4세 사이, 적어도 3년 이상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으며 익힌다.

그것도 하루 5시간 이상이다.

이 시간의 총량을 따져보면 부모들이 영어 교육에 투입된 시간에 비해 과도한 기대를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대치를 먼저 낮춰야 하는 건 발음. 요즘의 부모들은 중.고교나 대학에서 상당 기간 영어 공부를 했지만 문법 영어에 치중하다 보니 발음에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는 게 보통이다.

때문에 자신은 영어로 말하기를 꺼리면서 자녀의 발음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과 비슷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부모가 말문 열기를 두려워하면 가정에서의 영어 학습은 대단히 어렵다.

오디오나 비디오를 이용하는 것도 부모가 함께 하고 실제 대화가 병행될 때 빠른 성취를 기대할 수 있다.

잠깐씩 말하는 부모의 발음이 좋지 않다고 영어 공부가 왜곡되는 건 아니다.

귀가 열리고 말문이 터지면 자녀는 스스로 적절한 발음을 찾아낸다.

물론 모국어와 외국어의 음운 구조, 소리를 내는 위치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입 안 근육이 굳어지기 전에 발음을 가르치는 게 낫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발음에 연연하다가 듣기와 말하기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영어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교사들이 영어 공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흥미와 동기 부여다.

학원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 기준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느 학원이 어떻다더라 하는 풍문에 휩쓸리거나 누구 집 아이가 어느 학원에 간다더라는 식의 선택보다는 우리 아이가 그 학원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몰입해서 배울 수 있느냐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방학중에 보내는 어학연수 역시 동기 부여의 의미 정도로 여기는 것이 좋다.

외국어 연수란 적어도 6개월 이상 해당 국가에 머물면서 생활할 때 성과가 있는 것이지 몇 주 다녀오는 단기 어학연수에 엄청난 기대를 가져서는 곤란하다.

경험을 넓히고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김성문 대구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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