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클릭-문화지출비 소득공제

'침체된 문화예술계에도 봄은 올 것인가'.

전시 공연 출판 등을 망라해 문화예술계 전반이 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맞물려 미술시장이 얼어붙었고, 각종 공연장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문화계 안팎에서는 탈출구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나름대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정부와 국회도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문화예술진흥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정부 여당이 최근 문화산업 육성책으로 내놓은 '문화생활 지출비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예술계는 이 제도 도입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국내 기업들의 메세나(문화예술지원) 활동이 늘어나고, 지방자치단체의 문화계 지원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

▨연간 100만~200만원 지출 이내

열린우리당은 지난 10일 문화관광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문화예술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를 신설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 등 관련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문화생활과 관련한 지출에 대해 의료비나 교육비처럼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소비에 대해 1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를 부여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이 실현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소득공제 혜택은 연간 100만~200만원 이내의 문화관련 소비에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상범위는 전시.공연장 영화관 등 문화시설 입장료, 음반 및 비디오물 도서 미술품 등 문화상품 구입비, 문화교육 프로그램 수강료 등이 포함된다.

소득공제액과 혜택범위 등 세부사안이 과제로 남았다.

문화생활 지출비에 대한 소득공제는 문화예술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문화산업 육성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상품권 책 미술품 음반 비디오물 구입, 공연, 전시, 영화 입장료, 문화 교육프로그램 수강 등 혜택 범위가 넓기 때문에 장기적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송순임(33.여.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극장이나 서점을 자주 가는데 가능하면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겠다"며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하니 오페라나 연주회에도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용(42.대구시 달서구 죽전동)씨는 "문화생활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시민들의 문화수준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 문화예술계도 이번 제도도입 추진에 긍정적이다.

대구음악협회 최영은 협회장은 "침체에 빠진 문화예술계에 자극을 주는 정책"이라며 "장기적으로 문화예술의 저변확대와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산문화협회 최원기 사무국장은 "소득공제액 규모를 떠나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전시 공연 활동에 대한 관객들의 참여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지자체도 각종 지원책

문화예술계는 최근 3, 4년간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국내 국제규모 아트페어나 음악회, 대중가수 콘서트장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영상매체와 인터넷 등 영향으로 출판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침체정도는 더 심각하다는 게 지역 문화계의 지적이다.

지역 한 화랑업주는 "작가들이 화랑이 전액 또는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초대전과 기획전 외에는 전시회를 잘 열지 않는다"며 "관객들이 찾지 않고 그림이 제대로 팔리지 않기 때문에 대관전을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연기획자는 "대중가수 콘서트의 경우 대구를 거치지 않고 부산 광주 대전에서 공연을 가진 뒤 서울로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지역 공연문화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정부가 문화생활 지출비 소득공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기업과 지자체가 각종 지원책과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 등 반전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해 동안 국내 기업들이 메세나 활동에 쓴 금액은 모두 1천517억원으로, 전년(720억원)보다 111% 증가했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설문에 응한 46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두 297개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에 참여했고, 금액으로도 지난 9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자사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메세나 활동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문화계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난해 말에는 화랑주 등 미술계가 '미술품 양도소득세 법안' 폐지를 이끌어 내 미술시장의 위축을 막고 활로를 뚫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술계는 미술문화 저변확대를 위한 걸림돌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산업 측면지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3월 게임, 모바일 콘텐츠, 테마파크 조성 등을 골자로 한 '문화산업 발전계획'을 내놓아 문화산업도시로서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 속에는 공연.전시 거리, 엔터테인먼트 거리, 캐릭터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게임테마파크 등 다양한 사업을 포괄하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최근 지역 기업의 노사화합 행사장에 도립 교향악단 및 국악단 파견방침을 밝히는 등 지자체도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문화생활 지출비 소득공제제도 도입을 계기로 문화예술계가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활로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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