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하는 오후

내 몸이 민들레 꽃씨처럼 가벼워

하늘을 날아 오른 적이 있었다.

해묵은 은행나무나 반짝이는 강물

옥녀봉이나 먹바위

마을의 남루한 지붕들 위로

아이들은 날아 올랐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까지도 날았다

모든 길이 잘 보였다.

날으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길 위에 있다.

그 봄에 누군들 꿈꾸지 않았으랴.

권운지 '봄' 부분

민들레 씨앗을 들고 후 불면 '와와' 소리를 내며 흩어져 간다.

그들이 가는 곳은 모두 새로운 세계이다.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평탄하고 부드러운 흙, 영양가 많은 땅에서 농부에게 뽑히기보다 돌무더기가에나 혹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산 밑, 개울가라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이제 알게 되리라. 봄이 주는 또 다른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있다.

서정윤 (시인.영신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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