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내린 16대 그 성과와 한계

28일 국회개원 제56주년 기념식을 마지막으로 16대 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 정치권도 의정활동을 종료하고 새로운 국회를 맞게 됐다.

비리와 정쟁으로 얼룩진 16대 국회를 지나오며 박수를 받은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의원들도 있다.

16대 지역 정치권을 둘러보고 그 성과와 한계를 결산해 본다.

◇자리로 본 16대 지역 정가

중앙 정치무대에 나름대로 목청을 낸 지역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우선 16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이만섭(李萬燮) 의원이 있다.

이 전 의장은 "41년간의 의원 생활 중 날치기를 없앤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거수기'를 마다한 의회 수장으로 헌정사에 족적을 남겼다.

국회 상임위원장으론 박헌기(朴憲基.법사위).안택수(安澤秀.재경위).윤영탁(尹榮卓.교육위).임진출(林鎭出.여성위).신영국(申榮國.건교위) 의원이 대구.경북 정치인의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신.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고 윤.박 의원은 불출마해 17대에선 얼굴을 볼 수 없게 됐다.

또 안 의원은 당 총무(원내대표) 경선에 다섯 번 도전해 모두 실패, 체면을 구겼다.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아 국회 개혁에 앞장서다 당 대표 경선 출마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잇따라 대표 경선에 낙마하면서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르면서 재기 발판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자신이 주도하는 중도보수 모임인 '국민생각'을 출범시키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총선을 앞둔 지난 3월23일 당 대표를 맡아 탄핵역풍으로 꺼져가던 당을 살려냈다는 평가를 얻었다.

박 대표는 이를 발판으로 당내 대권 후보군에 끼일 정도도 위상을 높였지만 지역 정치권의 지지까지 얻진 못했다.

한나라당 당직자 중에는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사무총장).이상배(李相培.의장).정창화(鄭昌和.총무).김만제(金滿堤.의장).박승국(朴承國.사무 부총장)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대여 투쟁의 전면에 서서 몸을 사리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김 의원은 이번 국회를 끝으로 정계를 떠났고 박 의원은 당무감사 유출 파동에 휘말린 데다 공천까지 못 받아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등 정치행보가 순탄치 않았다.

◇국정감사로 본 16대 국회

국회의원들의 의정생활 평가의 지표가 되는 국정감사. 그래서인지 의원들은 국감기간 동안만은 만사를 제쳐두고 의정활동에 몰입했고 지역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발휘했다.

일부 지역의원들은 국감 우수의원으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2000년에 열린 16대 첫 국감에서는 국감도중 '동방금고 사건'이 터져 초점을 흐렸지만 지역 중소기업 육성책 지원(신영국), 낙동강 지역 192개 부실 제방과 운문댐 부실공사(임인배, 김광원) 등의 문제를 집요하게 들춰낸 경북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9.11 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분위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치러진 2대째 국감에서는 울진원전 불량레미콘 타설 문제(윤영탁), 대구 공항 내진설계 미비(이해봉) 등의 이슈를 발굴, 지역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2004년 16대 마지막 국감은 역대최악으로 꼽힐 만큼 부실했다.

정책 점검과 행정부 견제라는 당초 취지에 크게 미흡, 유명무실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총선을 목전에 둔 상태여서 의원들은 지역현안 챙기기보다는 공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만 신경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국감활동에 나선 의원들 가운데 그 성의를 인정받아 각종 시민단체들로부터 우수 국감의원으로 선정된 스타 의원들도 있다.

특히 초선인 김성조(金晟祚).이병석(李秉錫) 의원은 3년 연속, 박근혜.박세환(朴世煥).이인기(李仁基) 의원은 2년 연속 우수의원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16대 국회의 성과와 과제

16대 국회에서 지역 의원들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정부로부터 지하철 부채 탕감을 약속받은 것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소(DKIST) 특별법 제정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사업 총규모는 무려 1조원을 넘는다.

이같은 성과는 앞으로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일치된 평가다.

강재섭.김만제(DKIST법안 마련), 박승국(지하철공사법 추진), 박종근(DKIST예산 확보) 의원 등 과정위, 재경위, 건교위 소속 지역 의원들은 정부와의 끈질긴 협상 끝에 지난해말 이들 사업을 극적으로 관철시켰다.

DKIST법 제정은 중앙 지원의 직접적인 경제효과와 더불어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구.경북에 연구.개발(R&D)능력을 성장의 엔진으로 하는 세계적인 고기술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할 성과로 평가된다.

지하철공사법은 지역 정치권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 정부 반대로 끝내 법 제정이 좌절됐으나, 대구시의 사업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지하철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DKIST 설립과 지하철 부채해결이 17대 국회에서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대구시가 두 사업의 내년도 예산을 1천억 웃도는 규모로 요구할 태세지만, 정부가 순순히 받아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한 석도 못 건지면서 지역내 여권 창구가 막히게 됐다는 점도 사업의 순조로운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다 이들 사업의 성사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던 백승홍(白承弘).박승국 의원 등 저돌형 국회의원마저 '배지'가 떨어져 지역 현안 해결에 누가 총대를 멜지도 과제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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