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시 행정구역 개편 공상

또다시 거세게 일고 있는 대구시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중구, 서구, 북구, 달서구 등 4명의 구청장과 조해녕 시장의 가상 5자대화.

정재원 중구청장이 먼저 말을 꺼낸다.

"대구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새 지도를 그립시다.

이대로 가면 우리 중구가 제일 먼저 죽습니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다른 구청장을 쳐다볼 뿐 묵묵부답.

윤진 서구청장이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서구 4개동을 주는 대신 달서구 2개동을 확실하게 넘겨준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황대현 달서구청장은 "달서구는 분구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 30만명 정도의 2개구로 분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서구에 용산동, 죽전동을 못줍니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이종화 북구청장은 "이제 막 청장에 당선되어 북구 3개동을 중구에 넘겨주는 데 동의한다면, 주민들이 새 청장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정 청장은 조 시장을 향해 보다 강한 톤으로 얘기한다.

"제가 그리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가요? 대승적인 차원에서 생각해봅시다! 대구의 장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조 시장이 못이긴 듯 한마디 한다.

"해당 구들이 서로 잘 조율만 해준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정 청장은 3개구 구청장들에게 "제가 개인적인 욕심에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도로변을 중심으로 큰 틀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지면 대구의 향후 백년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라며 다시금 설득을 시작한다.

이에 윤 청장은 "다음 선거에 미묘한 영향이 있겠지만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준다면 하고, 다시 용역조사를 해서 행정구역을 일부 조정하는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며 슬며시 속내를 밝혔다.

황 청장과 이 청장은 "아무 것도 받는 것이 없이, 몇 개동을 다른 구에 넘겨주려니 억울한 생각도 듭니다"라며 슬며시 꽁무니를 뺀다.

조 시장은 "각 구청별 입장을 잘 들었으니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해겠습니다"라며 회의를 마무리.

사회1부.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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