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이 죽는데도 국회는 폐업

이 판국에도 국회가 싸움박질이면 국회의원 선거 새로 하는 것이 낫다.

수도이전 문제로 온세상이 시끄럽고, 우리 국민이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이 판국에도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이런 국회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여야가 국회라는, 국민이 지정해준 '모래판'을 벗어나 장외(場外)싸움만 계속하면 국민이 분노할 건 당연한 노릇이다.

정동영 우리당 당시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대표가 이번만은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어 보자, 민생관련 24개 법안을 개원 즉시 처리하자고 약속한 그 웃음, 그 립서비스, 그 협약서는 완전히 사기였던 것이다.

상임위원장 배분싸움의 구태-이로 인한 원(院)구성의 지연은 국회가 바뀔 때마다 신물나게 봐왔던 그 장면들 아닌가.

지금 온나라는 수도이전 찬반으로 시끄럽다.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의 졸속심의에 뒤늦게 사과하고 국민대토론회를 갖자고 한다.

그런데도 국민투표를 할지 말지에 대한 당론은 없다.

웃기는 정당이다.

이 사태에 박근혜 대표는 사퇴로써 책임질 생각은 없는가.

여론수렴한답시고 충청권 인사들로만 짜여진 대전공청회가 열리더니 우리당은 야당의 수도이전 추진연기 요구를 "이미 다 끝난 일"이라며 소 닭 쳐다보듯 한다.

일수불퇴(一手不退)라는 것이다.

그 엄청난 예산, 시기 문제, 타당성 여부에 국민들이 대걱정을 하고 있는데도 참 배짱 좋은 정당이다.

게다가 그 정당의 초.재선 386의원들은 대통령의 만류에도 아랑곳없이 추가파병 중단 결의안까지 내놓는 돌출행동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말아먹든 비벼먹든 이 모두 국회에서 따지고 결정낼 일인데 국회가 폐업하고 있으니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 뿐인가? 이라크에 돈 벌러 갔던 청년 김선일씨의 애꿎은 죽음은 당장 '정부의 책임문제'와 한.미 문제로까지 비화될 판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법사위원장은 죽어도 내꺼다"하고 계속 싸움질만 할 것인가. 여와 야가 따로 놀고 여당과 청와대가 따로 놀면 그야말로 정치는 파장(罷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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