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김선일씨가 전 국민의 안타까운 바람과 정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해됐다.나는 죽고 싶지않다.나는 살고 싶다 고 절규하던 김씨의 비참한 희생은 고도의 문명을 구가하며,미래를 낙관케 한 21세기의 삶이 참으로 험난할 수 있음을 보여 준 단적인 예다.김씨의 희생은 정치적 폭력에의한것인한편,세계의정치적상황이 혼돈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열한 정치적 폭력의 희생양이다.정치적 폭력은 자연재해 및 질
병과 더불어 인간을 대량으로 살해해
온 살인범들이다.과학과 문명의 발전
에 따라 자연재해와 질병은 어느 정도
극복해왔지만,정치적 폭력만은 쉽사리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전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지는 20세기 동안 1억 7천명이 정치적
폭력에 희생되었다고 보도했다.그중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은 독재자들에
의한 희생자의 수가 양차세계대전 등
많은 전쟁의 희생자 수보다 오히려 많
았다.이처럼 정치적 폭력은 경제적 이
익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폭력배보다
잔인할수있다.
김씨를 살해한 정치집단은 비열하
다.첫째,자신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
는 무고한 사람,무장한 집단 앞에는 무
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을 표적으로 삼
았기 때문이다.둘째,협상을 표방하면
서도 처음부터 협상의지도 없이,폭력
이 주는 효과만을 노렸기 때문이다.최
소한 절차에 있어서만도 쉽게 이루어
질 수 없는 요구를 내세우면서 24시간
의 시한만을 준 점에서,협상의 채널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점에서,그리고 한
국정부의 다양한 접촉노력에도 불구하
고 김씨를 무참한 모습으로 살해했다
는 점에서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로,21세기 초엽의 세
계정치는 극도의 혼돈을 거듭하고 있
다.각국의 국내정세가 그렇고 국제정
세도 그렇다.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서는 폭력이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정치적 폭력은 때로 더없이 비열해진
다.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
명을 책임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
인가?멜 깁슨 주연의 랜섬 이라는 영화
가 있었다.백만장자인 주인공의 재산
을 노린 범인이 주인공의 아들을 납치
하여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내용이다.
이 사건은 언론에 노출되어 극도의 주
목을 받는다.거액의 몸값이라고 해봤
자 주인공의 재산에 비하면 큰돈이 아
니기 때문에 여론은 범인의 요구를 들
어주고 아이를 구출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범인의 요구를 들어
줄 경우 오히려 아들의 목숨이 위태로
울 것을 직감하고 단호한 입장을 고수
한다.그 과정에서 아들의 목숨에 대한
우려 못지않게 주인공을 괴롭힌 것은
자식을 사랑할 줄 모르는 아버지라는
여론의 비난이었다.영화답게 우여곡절
끝에 아들을 구하고 범인을 사살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이 이야기는
오늘의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상황이 고도로 전략적이라
는 점이다.전략적이란 상대에 있어서
상대의 수를 읽어가며 나의 수를 선택
해야 하는 게임과 같다는 뜻이다.게임
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입
장에 서서 상대의 노림수를 파악해야
한다.그리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게임의 장기적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이라크의 무장세력이 한국인을 납
치,살해한 것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치적 행위이다.그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일까?물론 그들이 공언한 대로
한국의 추가파병을 저지함으로써 한국
군의 파병이 그들의 정치적 이익에 끼
칠 타격(?)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15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와중에 평화유지 업무
를 자임하는 수천명의 한국군이 그들
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될까?보다 중
요한 것은 한국이라는 주권국가를 굴
복시킴으로써 주권이양 이후,장기적
으로 미군철수 이후 이라크 내부에서
의 정치적 입지강화를 노린 정치적 수
일 것이다.
그렇다고 비열한 정치세력이 이라크
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막
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핵심
은 극도의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정부가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라는 목
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테러세력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그러면 또 다른 테러세
력에 의한 또 다른 테러행위를 불러일으킬 따름이다.
정부는 의연한 태도를 견지함으로써향후 어떠한 테러 세력도 한국민을 납치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한국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그것이 언제 어디에서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뛰고있을지 모를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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