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에서 '수비축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우승컵 '앙리 들로네'를 품에 안았다.
개막전에서 포르투갈을 2대1로 제압, 이변의 전주곡을 울린 그리스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태풍을 몰아치며 정상에 올라 전세계 축구팬들을 경악시켰다.
그리스가 5일 새벽 포르투갈 리스본의 루즈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후반 12분 터진 안겔로스 카리스테아스의 짜릿한 결승골로 주최국 포르투갈을 1대0으로 침몰시켰다.
1980년에 이어 2번째 대회 본선에 오른 그리스는 이로써 감격의 대회 첫 우승을 일구며 유럽의 변방에서 일약 세계축구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65) 그리스 감독은 이 대회를 제패한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기록되면서 뒤늦게 명장 반열에 합류했다.
우승 후보로 지목되지 않았던 팀이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기는 1992년 정치적 이유로 출전권을 박탈당한 유고를 대신해 어부지리로 본선에 나왔다가 챔피언에 등극한 덴마크에 이어 그리스가 2번째다.
'언더독' 그리스의 수비축구가 마지막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양팀은 긴장한 탓인지 전반 조심스러운 플레이로 일관했다.
볼 점유율과 공격의 빈도는 포르투갈이 높았지만 두팀 모두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그리스는 이전 경기와 마찬가지로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으로 맞섰다.
포르투갈은 탐색전이 끝나가던 13분 미구엘의 대각선슛으로 포문을 열었지만 볼은 상대 골키퍼 안토니오스 니코폴리디스의 손에 걸린 뒤 코너 아웃됐다.
그리스도 16분 역습 찬스에서 중앙을 돌파, 절호의 기회를 잡는 듯 했으나 이날의 히어로 카리스테아스가 볼을 터치하기 직전 골키퍼 히카르두가 쇄도하며 잡아내 무위에 그쳤다.
포르투갈은 후반 초반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거세게 몰아부쳤으나 골 기회를 잡아내지 못했고 상대의 역습에 무너졌다.
그리스의 천금같은 결승골은 체코와의 4강전과 똑 같은 코너킥 세트플레이에서 터졌다.
그리스는 후반 12분 안겔로스 바시나스가 오른쪽에서 빠르게 올려준 코너킥을 카리스테아스가 골지역 부근에서 수비 2명을 양쪽에 두고 돌고래처럼 떠올라 헤딩슛,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디펜딩챔피언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결승 헤딩골을 뽑아냈던 카리스테아스는 이 한방으로 일방적인 응원을 펼치던 관중석의 홈 관중들을 깊은 침묵으로 몰아넣었다.
다급해진 포르투갈은 2분 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강슛을 날렸지만 수문장 니코폴리디스의 펀칭에 막혔다.
포르투갈의 루이스 펠리레 스콜라리 감독은 15분 코스티냐를 빼고 노장 후이 코스타를 투입해 추격에 나섰지만 그리스는 수비 숫자를 강화, 잠그기에 주력했다.
만회골을 위해 파상공세에 나선 포르투갈은 29분과 34분 호나우두의 슛이 불발에 그친 데 이어 44분 피구와 45분 데코의 슛도 골문을 외면하는 등 결국 마무리 난조로 눈물을 떨궜다.
한편 이날 경기 종료를 앞두고 관중 1명이 그라운드에 난입, 그리스 골문으로 뛰어들어가는 해프닝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4일 전적(결승)
그리스 1-0 포르투갈
△득점=카리스테아스(후12분.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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