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동(56) 효성병원장은 와인 애호가로 정평이 나있다.
그의 집 '작은 숲속'에 초대되어 그가 직접 준비한 와인과 안주를 먹어본 이들은 오래도록 깊은 인상이 남는다고 말하곤 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23일 저녁 대구 남구 봉덕동 그의 아파트를 찾았다.
그와 부인 최오란(52.한국걸스카우트 경북연맹장)씨가 반갑게 기자를 맞아주었다.
안방 앞 베란다에 들어서니 그야말로 아늑한 숲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작은 숲을 연상시킬 정도로 크고 작은 나무들을 3면에 둘러 심고 바닥에 골마루를 만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옛날에는 아파트에도 이런 공간을 줬어요. 폭이 2m, 길이가 3m 가까이 되거든요. 작은 숲처럼 꾸며 놓으니 마음 맞는 사람끼리 촛불 켜놓고 와인 마시며 분위기내기 아주 좋아요."
방석에 편안히 앉으니 박 원장은 이내 레드와인과 안주를 가지고 왔다.
부인 최씨는 가만히 앉아 남편이 권하는 와인의 맛을 보았다.
"와인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자꾸 마시다 보니 저도 엷은(단) 맛보다는 두꺼운(쓴) 맛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요즘엔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칠레산 와인이 많습니다.
안데스산맥과 태평양 사이 골짜기에는 좋은 포도원이 많은데다 일조량이 풍부해 유명 프랑스 포도원이 옮겨가거나 합작하는 추세이지요."
그가 권한 와인은 칠레 마이포계곡 디 말티노에서 생산된 '레가도(REGADO)' 와인이었다.
가격이 2만원(그는 서울의 수입상에서 와인 리스트를 받아 할인가로 주문할 정도로 전문가였다) 정도로 저렴하면서도 프랑스 고급와인 못잖은 맛을 냈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와인을 발견하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와인의 가격과 맛은 천차만별이거든요. 1천만원대의 기념비적인 와인이 있는가 하면 프리미엄 1급 와인은 100만원 이상, 2급도 40만∼50만원씩 하죠."
와인저장고에 50병 정도 다양한 와인을 구비해 두고 새 와인을 구입할 때마다 와인 노트에 세세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는 그는 "좋은 와인일수록 향이 오묘하다"며 "볶은 커피향, 초콜렛향, 체리.자두 등 과일 향이 어우러져 코 끝과 입안에 감도는 맛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레드와인은 바비큐, 스테이크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와인만 즐길 때는 치즈.소시지.바케트빵과 잘 어울리지요. 돼지 넓적다리로 만든 유명한 스페인 햄인 하몽하몽도 안주로 좋습니다.
"
그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멜론에 얇게 썬 하몽하몽을 솜씨 좋게 감아 안주로 내왔다.
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산 등 다양한 치즈도 맛을 보라며 썰어 왔다.
"한국사람은 치즈를 안 좋아하는데 구수하고 맛있어요."
그가 집에서 즐겨 보는 TV는 푸드 채널이다.
의사가 안 됐으면 요리사가 됐을 거라고 말하는 그는 푸드 채널을 보며 세계 각국 요리사들의 레시피를 노트에 일일이 적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한번 해보려구요. 지금은 바빠 시간이 잘 안 나지만…. 요즘도 파스타는 한번씩 만들어요."
푸드 마케팅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외식 관련 투자자문회사에 근무하는 큰 딸 수연(27)씨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를 위해 레스토랑 잡지며 귀한 식자재를 구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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