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하나로 아우르는 올림픽이 마침내 본향 그리스로 귀환했다.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까지도 멈췄다는 고대 그리스 정신은 지난 한세기동안 지구를 한바퀴 돌아 '평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한창 축제를 준비 중인 그리스에는 지금 '축복의 성화'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리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화(神話)다.
'신들의 나라'라고 할 만큼 그리스 구석구석엔 신들의 미소가 아직도 남아 있다.
제우스.아폴로.아르테미스 신전 등 그리스 유적들은 신들의 흔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리스신화 속의 신들은 여느 신처럼 엄숙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리스 신들에겐 사랑도 질투도 증오도 익숙하며 하나같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신화 한페이지 한페이지마다 인간적 감성이 물씬 배어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희랍인 조르바'나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선율 등 그리스 특유의 감성은 아마 그런 신들을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
에게해를 품고 있는 그리스는 섬들의 나라다.
그래서인지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이름이 높다.
그리스 문명의 시초가 되었던 크레타섬을 비롯해 미코노스.딜로스 등 크고 작은 섬들로 채워져있어 이글거리는 태양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호령했던 에게해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다.
특히 산토리니(Santorini)섬은 가장 그리스답다는 평가와 함께 여행객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섬이다.
국내 한 음료회사의 CF촬영으로 전파를 타면서 아름다운 풍광이 관심을 끌었다.
현지에서는 티라(Thira)라고 불리기도 한 산토리니는 키클라데스 제도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한 초승달 모양의 화산섬. 배로 이 섬을 향해 가면 적갈색의 단애가 벽처럼 막아서는 섬의 모습과 대면하게 된다.
점점 다가가면 단애의 꼭대기에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빽빽이 자리잡은 흰색과 물색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농염한 푸른 바다와 하얀 집들의 강렬한 대비는 묘한 매력을 빚어낸다.
산토리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중 가장 흔한 것이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새하얀 벽면과 푸른 돔형 지붕을 가진 성당 모습이다.
이 사진의 배경이 바로 이아(Ia) 마을. 이아 마을의 자랑거리는 불타는 듯하게 떨어지는 저녁 노을이다.
산토리니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라 많은 여행자들이 해질 녘이면 이 마을로 찾아든다.
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해변이다.
백사장과 더불어 검은 모래로 뒤덮인 카마리 비치와 붉은 모래의 레드 비치 등의 독특한 해변도 있다.
섬의 수도인 피라(Fira)는 서부 해안의 경사면 위에 솟아있다.
가파른 계단길과 케이블카로 항구와 연결된 피라에서 나귀 등에 얹혀 계단을 오르는 것도 이색적인 재미. 수많은 창문과 둥근 아이치 지붕이 있는 깜찍한 피라의 하얀색 집들, 골목마다 즐비한 바와 카페…. 이번 여름 에게해는 유난히 맑고 짓푸르다.올 여름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이 호기가 아닐 수 없다.
올림픽 경기를 현장에서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화를 좇아가는 답사여행과 환상적인 지중해 여행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 아테네 시내여행과 함께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섬 여행이다.
그리스의 섬들 중 대표적인 관광휴양지를 소개한다.
*해변의 즐비한 노천카페
◆미코노스(Mikonos)섬
그리스 키클라데스 제도 중 가장 대중화된 섬으로 '에게해 섬의 대명사'로 통한다.
산토리니와 함께 음료 CF 촬영지로 국내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별히 고대 유적은 없으나 청량한 하늘 아래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집들과 풍차가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를 엮어낸다.
특히 5개의 풍차는 이 섬 최고의 명물로 오늘도 카토밀리 언덕 위에서 특유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섬에 서식하는 펠리컨의 인기도 그에 못지 않다.
늘 새롭게 무리를 이루며 날아들고 새 생명을 잉태하기도 한다.
미코노스 섬은 항구를 중심으로 타운을 이루고 있어 도보로 여행하기에 알맞다.
타운에 늘어선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하나같이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부두 앞에 자리하고 있어 낭만을 즐기기엔 손색없다.
나체 비치인 슈퍼 파라다이스 해변도 이 섬의 볼거리.
*거대한 미로 '크노소스 궁전'
◆크레타(Crete)섬
기원전 18~15세기 크레타 문명이 번성했던 곳으로 에게해에서 가장 큰 섬. 섬의 서쪽에 유럽 최고라는 사마리아 계곡이, 북쪽으로는 크레타섬을 대표하는 세개의 도시인 이라클리온.레팀논.하니아를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이라클리온에 위치한 크노소스 궁전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크레타섬의 미노스왕이 미노타우로스라는 소머리 괴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미로의 궁으로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게 설계했다고 한다.
전설로만 알려지던 크레타 문명이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00년 크노소스 궁전이 발굴되면서부터. 3천700년 전 만들어진 궁전임에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크노소스 궁전은 한면의 길이가 160m이고 방의 개수만 무려 1천200여개에 달할 만큼 복잡하고 거대한 미궁이다.
이밖에 크레타섬의 각종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고고학박물관이나 아름다운 색채로 치장된 미나스 교회 등이 가볼 만하다.
*고고학 박물관 등 볼거리
◆로도스(Rodos)섬
그리스 동쪽 끝 도데카니소스 제도 중 가장 큰 섬으로 각종 레저 시설들과 근사한 호텔들이 늘어선 리조트 지로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름 해안은 비치 파라솔이 늘어서 마치 꽃이 만개한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로도스섬에는 관광 휴양지인 로도스시 이외에 린도스.이알리소스.카미로스 등의 고대 도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로도스시는 현대적인 호텔과 디스코텍이 가득한 신시가와 12m나 두터운 성벽에 둘러싸여 중세의 분위기를 풍기는 구시가로 나뉜다.
14세기 초 성요한 기사단이 만들어 놓았다는 구시가의 성벽과 마을은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빽빽하게 자리잡은 상점과 기사단장 궁전,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모습의 로도스의 아프로디테 조각으로 유명한 고고학박물관 등이 볼거리다.
*수블라키.무사카 유명
▷그리스 음식
가장 유명한 음식은 수블라키(Souvulaki)와 무사카(Mousaka). 수블라키는 양고기와 소고기, 생선을 야채와 함께 꼬챙이에 꽂아 굽는 이른바 꼬치구이의 일종이고 무사카는 다진 고기에 토마토.치즈.감자 등을 넣고 기름에 볶아 소스를 곁들인 요리. 얇게 저민 고기를 빵에 싸먹는 기로스(Gyros)나 오징어 튀김인 깔라마리(Kalamaria)도 그리스만의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식사는 일반 레스토랑 외에 타베르나(Taverna)라는 민속요리점에서 할 수 있다.
특히 그리스 전통악기인 부주키 선율을 들으면서 식사할 수 있는 부주키아(Bouzoukia)는 꼭 가볼 만하다.
전통 술로 알코올 도수가 무려 43%인 우조(Ouzo)가 있는데 너무 독해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물이 들어가면 색이 하얗게 변한다.
우조는 다진 고기와 잘게 썬 야채를 포도 잎에 싸서 찐 돌마데스(Dolmades)와 함께 먹으면 좋다.
*항공료 독일.싱가포르 경유
▷여행메모
아테네까지 가는 직항편이 아직 없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을 이용해 프랑크푸르트를 거치면 약 13시간 정도고 싱가포르 항공을 이용하면 16시간 가량 걸린다.
아테네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피레우스 항을 이용하면 에게해의 각 섬으로 갈 수 있다.
지중해 동부 섬들을 돌아보는 크루즈 여행도 해볼 만하다.
짐을 싸는 번거로움이나 별도의 입출국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또 선상에는 레스토랑.영화관.나이트클럽.사우나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보통 일주일 일정으로 1인당 270만~340만원 정도로 비싼 것이 흠. 크루즈 여행을 하고 싶으면 각 여행사로 문의하는 것이 빠르고 기타 문의사항은 주한 그리스대사관(02-729-1401)으로 연락하면 된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사진: 저녁노을이 내려앉은 미코노스 섬. 등불이 켜진 하얀색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지중해 낭만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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