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90분간 이라크는 행복했다. 이라크올림픽축구팀이 13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포격과 총성 등 전흔에 찌들어 고통스런 삶을 살고 있는 자국 국민에게 모처럼행복을 선사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체계적인 지원 밖에 놓여진채 제대로 훈련조차 할 수 없었던 이라크는 이날 그리스 파트라스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축구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포르투갈을 4-2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한 것.
이라크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이 '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내 유혈사태를 막는 역할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잠시나마 국민의 주름진 얼굴을 활짝 펴게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드난 하마드 이라크올림픽팀 감독은 "오늘 승리는 고통받는 국민에게 행복을 줄 것"이라고 감격스러워 했고 선수인 압둘 와하브는 "첫 경기에서 이긴 것은 우리에게는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시민들은 바그다드 거리에 몰려나와 총을 쏘아대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라크가 지구촌을 깜짝 놀라게 한 동시에 감동까지 안겨준 것은 온갖 악조건을 딛고 올림픽 무대를 밟은 사정이 알려졌기 때문.
국내 사정이 나빠지면서 올림픽최종예선 홈경기를 한번도 치르지 못한채 외국에서 경기한 것은 물론 힘겹게 팀을 유지해 왔다.
신변 위협 때문에 한때 총기도 지니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던 선수들은 또 이곳저곳에서 기부를 받아 훈련과 함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고 친선경기를 통해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자신들에게 선진축구를 전수했던 독일 출신의 베른트 슈탕게 감독도 지난 5월 치안불안에 따른 안전 문제를 이유로 끝내 지휘봉을 놓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축구가 국기나 다름없는 이라크의 올림픽팀은 불굴의 정신을 발휘해 2004아시안컵에서 8강의 성적을 낸데 이어 이날 또한번 대어를 낚으면서 지구촌 축구팬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고 이라크 국민도 축구를 통해 한줄기 희망을 찾았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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