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말리 모두 억세게 행운이 따른 경기였다.
양팀은 너무나 쉽게 득점하고 골을 내주며 '천당과 지옥'을 오간 후 무승부라는 실리를 선택했다.
한국은 18일 그리스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A조 조별리그 말리와의 최종전에서 후반 12분까지 0대3으로 뒤져 8강 탈락 일보 직전의 벼랑 끝에 몰렸다가 거짓말같이 기사회생하는 한편의 드라마를 펼쳤다.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한국의 출발은 너무나 불안했다.
한국은 전반 7분 스리백 라인이 채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리의 드머레인 트레오레에게 찔러준 스루패스에 수비 벽이 무너졌고 테네마 은디아예가 무인지경에서 볼을 낚아채 먼저 네트를 갈랐다.
은디아예가 트래핑할 때 볼이 왼팔에 분명히 닿았으나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말리는 전반 24분 무사 쿨리발리의 프리킥이 크로스바에 맞고 나온 뒤 은디아예가 리바운드된 볼을 왼발로 강하게 차넣어 스코어를 2골차로 벌렸다.
한국은 후반 10분 다시 은디아예에게 문전 돌파를 허용하며 3골째를 내줘 0대3으로 몰렸다.
이 때까지 멕시코가 그리스를 1대0으로 앞서 그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한국은 8강 문턱에서 어이없이 좌절할 위기에 봉착했다.
한국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김호곤호의 황태자' 조재진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결정적인 헤딩골 기회를 골키퍼 선방으로 날린 조재진은 후반 12분 골지역 정면에서 김동진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슛으로 꽂아넣어 만회의 불씨를 살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2분 뒤 김동진이 다시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조재진이 비슷한 위치에서 다시 솟구친 뒤 전광석화같은 헤딩 슛을 때렸고 볼은 세차게 골망을 흔들어 순식간에 2대3으로 따라붙었다.
한국은 이어 후반 19분 김두현과 교체돼 들어간 최성국이 왼쪽 측면을 질풍 드리블로 돌파한 뒤 올린 크로스를 말리 수비수 아다마 탐부라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골망에 그대로 꽂혀 3대3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팀은 무승부로 8강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패스로 일관, 남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그러나 종료 9분 전 말리의 공세에 골포스트를 맞는 위기를 맞았으나 김영광의 선방으로 잘 막아냈다.
같은 시간 볼로스에서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는 멕시코가 라파엘 마르케스와 오마르 브라보(2골)의 골로 그리스를 3대2로 이겼으나 1승1무1패로 한국에 뒤져 탈락했다.
테살로니키.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남자축구 18일 전적
△A조 조별리그
한국 3-3 말리
멕시코 3-2 그리스
▲동 순위=①말리 ②한국(이상 1승2무.골득실차) ③멕시코(1승1무1패) ④그리스(1무2패)
△동 B조
아르헨티나 1-0 호주
튀니지 3-2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동 순위=①아르헨티나(3승) ②호주 ③튀니지(이상 1승1무1패.골득실차) ④세르비아몬테네그로(3패)
사진 : 18일 새벽(한국시간) 테살로니키 올림픽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조별 예선전 한국과 말리의 3-2 상황에서 말리의 자살골로 동점이 되자 김동진과 조재진, 이천수등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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