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경북 사람들을 만나보면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자주한다.
물론 대구, 경북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온나라가 다 어렵다.
하지만 온전한 기업 하나 없는 대구나 경북의 농촌지역은 아마도 다른 지역보다 더 어려울 게다.
어려워도 장래에 잘 살 기대라도 있으면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런데 대구, 경북은 그런 기대도 하기 힘들다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 등 민초들이 희망을 갖게 만들어야 할 지도급 인사들이 그렇게 말한다.
'희망이 없다'며 대는 이유도 다양하다.
'우물 안 개구리론'이 약방의 감초격이다.
대구, 경북 특히 대구 사람들은 다른 나라는커녕 옆 동네가 뭐하는지에 대해서도 도무지 관심이 없다고 한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아무리 곱씹어 봐도 옳은 지적인 듯하다.
특히 요즘 그렇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누가 뭐래도 '서울공화국'을 끝내자는 지방화 정책이다.
50년간 계속된 중앙집중 정책이 절대 아니다.
직접적 효과는 충청권만 누릴지 모른다.
대구, 경북도 덩달아 발전할 것이라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지방화 정책인 국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는 대구, 경북도 잔뜩 기대를 거는 눈치다.
줄잡아 한 시도에 15개 정도의 공공기관이 이전한다니 그럴 법도 하다.
지방으로선 절호의 기회라 할 만하다.
그러나 대구, 경북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듯하다.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정치권은 더 하다.
지역 의원이 대부분 소속된 한나라당이 지금의 신행정수도건설 방식에 반대하는 입장이니 지역 의원들로서는 '지방화'나 '지방의 기회'를 말할 처지가 아닐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에 신경써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 많은 의원들은 "수도권 공동화 논리로 행정수도건설에 반대하는데 공공기관 이전을 주장할 수도 없고…"라며 말을 흐린다.
공공기관에 잔뜩 기대하는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의 서울 나들이가 부쩍 잦다.
하지만 원군(援軍)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입장이 그렇다하고 열린우리당은 좀체 흥이 나지 않는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대구, 경북에도 괜찮은 공공기관을 보내주면 더 없는 다행이다.
하지만 껍데기 공공기관만 이전해 그때가서 '대구, 경북 홀대'를 주장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끔찍하다.
지역을 이끌어야 할 지도급 인사라면 정치적 입장과 별도로 지금 할 일이 뭔지 고심해 챙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다.
최재왕(정치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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