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제 한국선수단장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아테네 시내 팀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양태영(경북체육회)의 개인종합 결승에 대한 오심과 관련해 사건의 전말과 그동안 대응 과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다음은 신박제 선수단장의 밝힌 사태 전말.
▲양태영과 이주형 코치 신 단장 보고= 양태영과 이주형 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 인 19일 자정께 신 단장 숙소로 찾아가 심판 오심으로 억울한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했다.
신 단장이 받은 보고의 요지는 처음 1, 2차(단체예선, 단체결승)에는 양태영의 연기를 전부 E난이도로 평가했던 심판들이 세번째(개인종합 결승)에서는 D난이도를 줬다는 것.
이 코치는 평행봉 실시심 6명 중에 한명이던 김동민 심판이 연기가 끝나자 바로 기술심들에게 '지금 당신이 준 난이도가 9.9점이 아니라 10점이 아니냐'고 따졌더니 그들이 9.9점이 맞다며 기록지를 보여주며 일축한 일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 코치는 김동민 심판이 '철봉이 끝나자마자 빨리 체크해보라'고 말했고 이 코치는 철봉 연기 직후 이의를 제기하니 두 기술심이 오심을 시인하며 '바로 기술위원장 만나 보고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 코치가 기술위원장을 찾는 동안에 시상식이 끝났고 이 코치가 이후 기술위원장을 가까스로 만나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서면으로 보고 하라'고 했다.
▲국제체조연맹(FIG)과의 접촉= 이 코치의 보고를 받고 선수단은 새벽 2시에 기술위원장 호텔로 팩스를 보냈지만 기술위원장이 소극적으로 나와 아침에 이 코치와 유재순 본부임원이 FIG 사무총장을 만났다.
사무총장은 신 단장이 FIG 회장을 만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저녁 7시쯤에야 신 단장이 연맹 회장을 만날 수 있었으며 이때 회장은 "이런 일은 처음봤다. 이것은 자명한 잘못이다"며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
신 단장은 "테크니컬한 것을 오판한 것은 말이 안된다. 3명 눈을 다 감았느냐"며 다시 항의하자 회장은 "심판에 오심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해당 심판을 징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단장은 "징계가 문제가 아니라 선수가 보호돼야 한다. 선수보호 차원이 훨씬 중요하다"며 점수를 수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회장은 이를 거부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FIG 사무총장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판이 오판해서 금메달리스트가 자기 금메달을 벗고 은메달에게 걸어줬다"면서 "IOC가 개입해 이번에도 그런 일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신 단장은 IOC 길버트 펠리 국장에게 팩스를 보내고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는 그 복사본을 보냈다.
▲IOC와의 접촉= IOC 팰리 국장 사무실에서 신 단장은 50분 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IOC 입장은 심판 판정이나 기술적이 문제는 FIG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간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경우로 선수들이 계속 희생되는데 IOC는 방관하면 되느냐"는 신 단장의 거듭된 항의에 팰리 국장은 로게 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2시간 후 IOC는 팩스로 '국제체조연맹에 요구해 모든 관련된 자료를 요청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소청을 하라'는 내용을 보내왔다.
이후 이건희 IOC 위원등의 도움으로 로게 위원장을 만났지만 신 단장은 똑같은 얘기를 듣는데 그쳤다.
신 단장 등은 "선수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에서 올림픽의 공정성, 클린 올림픽을 얘기한다는 것이 상투적이지 않나"며 "IOC가 계속 이런 일을 방관하면 누가 이를 시정하겠나. 우리 선수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 미국과 공동메달도 좋다. 어떤 다른 해결책이 있다면 좋다. 우리 선수는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게 위원장은 "절대 2개의 메달 없다. 국제체조연맹이 알아서 할 일이다"며 "기술적인 것은 판정이 IOC가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은 신 단장 등이 FIG와의 접촉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FIG가 소극적이고 이 문제를 회피하려한다는 인상이 짙다고 다시 항의하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메모까지 하며 들었다.
로게 위원장은 그러나 "FIG가 결과를 바꾼다면 우리도 바꾸겠다"며 "공동 금메달도 FIG와 얘기하라"고 말을 맺었다.
▲CAS 소청 준비= 선수단이 FIG에 자료를 요청하자 사무총장과 회장은 "원하는 자료를 모두 주겠다. 비디오도 주겠다"며 선선히 응했다.
선수단은 FIG 규정집을 검토한 결과 '점수에 이의가 있을 때는 종목 이동 전에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규정은 1999-2000 기술규정에만 있을 뿐 2001-2004년 기술규정에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CAS에 소청할 때 좋은 근거 자료를 찾은 것이다.
다만 심판 3명이 오심이 아니라 의도적인 담합이라는 데는 정황만 있을 뿐 증거가 없다.
선수단은 이 분야 전문 변호사와 상의해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신박제 한국선수단장이 25일 오후 (한국시간) 아테네 시내 팀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태영 오심 파동'과 관련한 선수단 대응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주형코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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