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톨릭 순교성월 행사

188년전 가톨릭 순교자 처절한 삶 연극으로 재현

빗방울이 간간이 흩뿌리던 지난 7일 오후 중구 남산동 천주교 성지 '관덕정'. 200여개의 눈동자가 188년 전에 벌어졌던 처절한 순교의 현장을 재현하는 연극 한 편에 고정돼 있었다.

주인공은 1815년 체포돼 경상감영에서 20개월간 옥살이를 하다 순교한 구성열(발바라). 배우들은 모두 일반 신자들이다.

극 초반 서툰 대사와 몸짓에 간간이 터지던 웃음은 순교의 순간에 다다르자 이내 숙연해진다.

거룩한 믿음의 정신을 되살리려는 참가자들의 열망이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준비한 '관덕정 순교 현장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 대구에서 순교한 순교자 20위의 시복시성(가톨릭에서 순교를 하였거나 특별히 덕행이 뛰어났던 사람들이 죽은 후에 복자(福者)·성인(聖人)에 추대하는 것)을 기원하고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당초 경상감영공원 나무광장에서 심문 및 재판 장면을 재현하고 감옥터인 중구 대안성당에서 옥사 장면을 시연한 뒤 관덕정까지 도보 순례를 해 왔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은 모든 행사를 관덕정에서 열었다.

순교자 구성열 역을 맡은 김경애씨는 "이번 연극을 통해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정도였던 신앙 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됐고 순교자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월성본당 이성우(아킬라) 주임신부는 "이번 행사는 선조들이 전해준 귀한 신앙을 보존하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신앙을 온몸으로 증거한 초기 순교자들이 전세계 신자들의 추앙을 받을 수 있도록 복자·성인품을 내려받기를 열망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순교자 현장 체험 및 연극은 오는 25일까지 14일간 매일 오후 3시 경상감영공원에서 3대리구에 속한 31개 본당 신자들과 관덕정 순교자현양사업후원회가 차례로 열 계획이다.

연극으로 재현되는 순교자는 김시우(알렉스), 김사건(안드레아), 이재행(안드레아) 등 17명이다.

한편 대구대교구는 9월 한달 동안 관덕정(3대리구), 신나무골(5대리구), 진목정(2대리구), 복자본당(4대리구), 한티순교성지(1대리구) 등 교구 내 5곳의 순교 성지를 대리구별로 나눠 순례하고 있다.

또 순교자에 관한 교육 및 시복시성을 위한 논문발표회를 15일 오후 3시 대구가톨릭신학대학 대강당에서 가질 예정이다.

장성현기자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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