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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 한 자리에서 밥 "외롭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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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있고요, 친구도 있어요."

10일 오후 5시,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정문 앞의 한 식당. 꼬마 손님들이 하나둘씩 식당문을 삐죽이 열고 들어서기 시작했다.

얼마 뒤 식당은 24명의 아이들로 가득 찼다.

재잘거리는 한바탕 소동속에 아이들은 어묵탕과 찜닭.김밥 등을 깨끗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날 식당을 가득 채운 꼬마 손님은 우리 이웃 네트워크에서 결식 아동들을 위한 '키즈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우리 이웃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다는 김주혜(8.가명)양은 "오빠가 나랑 놀아주기 싫어해서 매일 혼자 놀았는데 친구가 많아져서 너무 좋다"며 "식당에서 주는 닭찜은 정말 맛있다"며 생글생글 웃었다.

"신나게 뛰어놀며 밥먹는 게 우리들의 식사 문화"라고 당차게 말하는 김수영(10.가명)양은 "아빠가 무슨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늘 새벽이나 돼야 들어와 식사를 굶는 날이 많았다"면서 "여기서는 맛있는 김밥도 주고 먹고 싶은 건 다 만들어 준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아이들의 식사 시간 동안 식당 안은 거의 아수라장을 방불케한다.

그래도 웃음으로 받아주는 '안동찜닭' 주인 장길안(58.여)씨는 "다들 내 손자.손녀 같아 사회복지사의 후원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며 "식당 메뉴는 닭찜이 전부지만 후원기간 동안은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다 만들어 줄 계획"이라고 했다.

한끼당 3천원의 식대를 받지만 준비하는 음식이 많은데다 아이들이 식사하는 동안은 다른 손님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데도 장씨는 "다 하나님의 뜻 아니겠냐"며 미소지었다.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신암초등학교 학생 30명이 참가, 방과 후 학습.생활지도와 조식.석식을 제공받고 있는 '우리 이웃 학교'는 서울.부산.광주.포항 등 5개 지역에서 142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운영을 맡은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 대구지역복지센터 소장 류종택씨는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함께 모여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점"이라며 "방과 후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학습지도와 특기교육, 심리검사 등의 정서지원까지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는 결식 아동들이 많지만 자금 부족으로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중심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며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점차 대상학교와 학생수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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