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곳을 아시나요-수성구 단군성전

수성구 두산동 수성관광호텔 뒤편의 불령산 중턱. 도로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오솔길을 오르면 '국조 단군성전(國祖檀君聖殿)'이란 현판을 단 전통 사찰식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숲에 둘러싸여 흡사 절터를 연상시키는 이곳이 배달겨레 시조인 단군을 모시는 성전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0월이 개천절 끼인 달이라서 그런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목사님과 스님 등 종교인들도 많이 찾고 있어요. 이제 우리의 뿌리를 알 때가 됐잖아요."

14년째 이곳에서 단군을 시봉하고 있는 박명수(78) 할머니. 경북 영양이 고향인 할머니는 조부대부터 3대에 걸쳐 '단군 지킴이'를 자임하고 있다.

향 냄새가 그득한 성전 내부에는 제단을 차려 단군상과 단군영정, 비서갑 신모(단군의 황후)의 위패를 모시고 있고 삼라만상의 이치를 81자(字)에 담았다는 '천부경(天符經)'이 걸려 있다.

단군성전이 이곳에 자리 잡은 지는 올해로 40년. 원래의 단군 영정은 달성공원 내에 있었으나 지난 1966년 달성공원 복원공사 때 이곳에 '천진전'을 짓고 향사를 모시게 됐다.

그러던 것이 1981년 전 문교부 장관인 안호상 박사가 사비를 들여 단군상을 세우고 계단과 축대공사, 포장길을 내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 애초 대구노인회가 관리를 맡았으나 현재는 단군성전 후원회 격인 '숭모회(崇慕會)' 등이 개인차원에서 꾸려나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월 음력 초하루마다 환인, 환웅, 단군, 비서갑 신모를 위한 향사와 어천절(음력 3월15일), 비서갑 신모 제일(2월15일)을 연다.

개천절 행사는 음력에 맞춰 치른다.

따라서 올해 음력 10월3일은 오는 11월14일이어서 다음달이면 제대로 된 개천절 행사를 볼 수 있게 된다.

개천절 아침에는 숭모회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군상 앞에서 4배를 하고 천부경을 낭독하며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의 큰 뜻을 기린다.

"단군은 우리네 조상이지 종교의 대상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섬겨야지요. 다만 나라에서 맡아야 할 일은 개인들이 하고 있다보니 시설보수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여든 나이를 앞두고 몸 가누기도 쉽잖은 힘든 박 할머니의 안타까움만 성전에 가득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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