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맹꽁이가 된 부부

옛날 어느 곳에 한 젊은 부부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어. 그런데 이 부부 둘 다 마음씨가 아주 고약해서 날마다 어머니한테 못된 짓을 했더래. 늙은이가 일은 않고 밥만 축낸다고 허구한 날 잔소리를 하고 구박을 했단 말이지.

하루는 이 집에 스님이 동냥을 얻으러 왔어. 문간에 와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는데, 어머니가 들어 보니 염불하는 소리가 참 좋거든. 그래서 스님한테 염불 좀 가르쳐 달라고 했어. 스님이 '나무아미타불'을 가르쳐 줘서, 어머니가 그걸 배워 가지고 그 때부터 밤낮으로 염불을 했어. 하루 온종일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하고 외우다가, 그만 잠깐 한눈을 파는 새에 깜박 잊어버렸네. 아주 까맣게 잊어버렸어.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생각이 나야 말이지. 그래서 며느리한테 물었어.

"얘야, 며늘아가. 스님이 가르쳐 준 염불, 그것 뭐라고 하더냐?"

그랬더니 이 심술궂은 며느리,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염불을 가르쳐 주네.

"앞집 영감도 내 영감, 뒷집 영감도 내 영감이라고 하지요."

어머니는 그 말을 곧이듣고, 그 때부터 이 말도 안 되는 걸 외웠어.

"앞집 영감도 내 영감, 뒷집 영감도 내 영감……."

하고 하루 온종일 그것만 외웠지. 그게 진짜 염불인 줄 알고 말이야. 그랬더니 아들이 그 소리를 듣고 그만 버럭 역정을 내네.

"에잇, 저 늙은이가 기어이 망령이 들었군."

그만 달려들어 어머니를 들쳐업고 나가는구나. 어디로 가나 했더니 강으로 가서, 그 깊은 강물에 어머니를 그냥 퐁당 빠뜨려버렸지 뭐야.

어머니는 강물에 빠져서도 염불만 했어.

"앞집 영감도 내 영감, 뒷집 영감도 내 영감……."

말도 안 되는 염불이지마는 온 정성을 다해서 외웠지. 그러자 하늘에서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개가 둥둥 떠 오더니, 어머니를 싣고 도로 두둥실 올라가더래. 어머니는 무지개를 타고 가면서도 쉬지 않고 염불을 했는데, 어머니 몸에서는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래.

그걸 본 아들 며느리가 욕심이 버럭 생겼네. 저희들도 어머니처럼 하늘로 올라가면 호강을 많이 할 것 같거든. 그래서 둘이 강물에 빠지기로 했어. 그런데 막상 물에 빠지려고 하니 겁이 나서, 새끼줄로 둘의 몸을 꼭 맸어. 그러고는 아들이 며느리를 업고서 물 속에 퐁당 빠졌지. 물에 빠져서는 곧장 어머니처럼 염불을 했어.

"앞집 영감도 낸 영감, 뒷집 영감도 내 영감……."

하고 마구 큰 소리로 외웠지. 그랬더니, 아뿔싸 이게 웬일이야? 하늘에서 무지개가 내려오는 게 아니라 몸뚱이가 점점 작아지더래. 그러더니 그만 둘 다 맹꽁이가 돼버렸어.

둘은 저희들이 맹꽁이가 된 줄도 모르고, 업힌 아내는 업은 남편에게 새끼줄로 몸을 꼭 맸느냐고,

"꼭 맸나? 꼭 맸나?"

하고, 업은 남편은 업힌 아내더러,

"꼭 맸나? 꼭 맸나?"

하고, 이렇게 서로 묻느라고 정신이 없었지. 그렇게 "꼭 맸나? 꼭 맸나?"하는 소리가 나중에는 '맹꽁 맹꽁'하는 소리가 됐어. 그 때부터 맹꽁이는 밤낮 큰놈이 작은 놈을 업고 다니면서 '맹꽁 맹꽁'하고 운단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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