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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노점상 할머니도 "와 이래 손님이 없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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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네들이 드문드문 찾긴 하지만 갈수록 손님이 줄어드네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지하차도 밑에서 수십 년 간 함께 만물노점상을 했던 한 할머니도 몇 개월 전 시골장으로 떠나 버렸어요. 나도 이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접을 수도 없고…."

1일 오후 북구 칠성고가차도 위. 20여명의 노점상들이 돗자리 위에 물건들을 널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민이라면 오가며 한 번쯤은 지나쳤을 법한 만물노점상 거리. 그러나 지금은 찾는 사람이 없어 손님을 기다리는 게 하루 중 가장 큰 일이 됐다.

30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김술이(73) 할머니의 만물노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이쑤시개, 고무장갑, 깔창, 수세미, 검은 고무줄, 면봉에 이르기까지 종류만도 20종이 넘는다.

대부분 250원에서 1천원까지의 저가 상품이다.

대신시장과 칠성시장에서 50원 정도 싸게 구입해 되팔고 있다.

주 구매자들은 노인들. 오가다 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러 이곳을 찾는 노인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장사하는 재미마저 없어졌다.

경기한파로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비록 몇 푼 되지 않는 물건을 팔고 있으나 올해만큼 사람 구경하기 힘들고 벌이가 시원찮은 적은 없었다.

지난해엔 하루 3만원을 번 적도 있었지만 요즘엔 1만원 벌이도 힘들다.

이 때문에 구청에서 교통비로 지원해주는 월 3만원까지 아껴 용돈으로 쓰고 있다.

김 할머니는 "250원짜리 이쑤시개 한통 들고는 50원을 깎아달라는 사람도 있어 어떨 땐 웃음이 난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곳에서 노점판을 깔고 3남매 뒷바라지를 해왔지만 지금은 하루에 1만원 벌기도 힘들다"고 했다.

또 "노인네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이문이 많지 않은데, 오늘 250원짜리 이쑤시개 한통과 500원짜리 고무줄 10개 묶음을 팔았다며 "계속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고민스럽다"고 한숨지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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