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등 세상을 꿈꾸며..."인터넷은 세상을 보는 창"

"인터넷은 제가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입니다.

"

지체장애 1급의 중증장애인 강동규(36)씨는 요즘 인터넷 쇼핑몰 '사랑모아쇼핑몰(http;//gimcheon.sarangmoa.org)'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강씨가 컴퓨터를 다루는 수단은 발가락 두 개. 누운 채로 발가락만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메일도 주고 받는다.

36년 간 집안에 누워서 생활하던 강씨가 처음 인터넷을 접한 것은 3년 전. 하루종일 집안에 누워 음악듣는 것이 전부였던 강씨는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부모님께 컴퓨터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정규교육조차 받은 적 없는 강씨는 컴퓨터를 혼자 익혀야 했다.

누운 상태에서 컴퓨터 자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컴퓨터 자판을 머릿속에 완전히 외우기 위해 수개월 간 발가락 두 개로 자판을 두드리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금은 1분에 200타를 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향상됐다.

또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고 조카의 육아일기까지 썼다.

강씨 머리맡에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만든 조카들 사진이 담긴 달력이 놓여 있다.

"동생이 맞벌이하느라 어머니가 조카를 키우셨는데, 옆에서 지켜보며 꼼꼼히 육아일기를 썼더니 식구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사이트에 육아일기를 올리니까 젊은 엄마들이 이유식은 언제 먹여야 하는지 묻기도 하고 육아일기를 좀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많아 즐거웠어요."

그러던 강씨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게 된 것은 5개월 전, 사랑나눔재단(www.mis.or.kr)에서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에게 인터넷쇼핑몰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메일을 보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정규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어요. 그래도 혼자 독학으로 한글은 물론 간단한 영어도 깨쳤죠.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특히 아무 일도 하지 못하다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니까 보람이 큽니다.

"

요즘은 대기업 쇼핑몰이 워낙 많아 쇼핑몰을 홍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선 알음알음으로 쇼핑몰을 홍보하고 있는데, 아직 실적이 크게 좋진 않지만 앞으로 더욱 홍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강씨는 장애인들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은 어릴 때부터 집안에만 있기 때문에 친구들도 별로 없어요. 인터넷은 장애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수단입니다.

장애인들이 인터넷에서 친구를 만나고 직장도 가지면서 장애인끼리도 정보를 주고 받을 때 인터넷 안에서 평등해지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사진: 발가락만으로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강동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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