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갈대/신경림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알랴로 시작되는 내 친구의 십팔번인 갈대의 순정도 그렇고, 이 시도 그렇고, 운문사 갈대 숲을 지나며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해 종일 울고 싶었던 그때 내 마음도 그렇고 왜 갈대의 이미지는 울음일까.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울음일까. 단풍이 가을의 살이라면 갈대는 가을의 뼈일 터; 뼈로 된 울음, 울음의 뼈, 하얀 침묵!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일 때 그 울음은 얼마나 견고한 것이겠는가.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대구·광주 지역에서는 군 공항 이전 사업을 국가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광주 군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의 4지구 재건축 시공사가 동신건설로 확정되면서 9년여 만에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합은 17일 대의원회를 통해 ...
방송인 박나래의 전 남자친구 A씨가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경찰에 제출한 혐의로 고발되었으며, 경찰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경...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