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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가재와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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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왜 뒷걸음질을 치고 지렁이 몸에는 띠가 있을까? 또, 왜 가재 눈은 툭 튀어나오고 지렁이는 눈이 없을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지.

옛날 옛날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그 옛날에는 지렁이한테도 눈이 있었더래. 그리고 지렁이가 땅 속에서 살지 않고 땅 위에서 살았더래. 또 가재는 눈이 없는 대신 몸에다 고운 띠를 두르고 있었더래.

하루는 지렁이가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어슬렁어슬렁 땅 위를 기어가다가 가재를 만났어. 그런데 지렁이가 가만히 보니 가재가 몸에 고운 띠를 두르고 있는 게 참 예뻐 보이거든.

'야, 참 멋진 띠로구나. 저 띠를 빼앗아서 내 몸에 딱 두르면 그만이겠는걸.'

지렁이는 그만 그 띠가 탐이 났어. 본래 지렁이가 멋내기를 좋아한 데다가 욕심도 많았거든. 한번 눈독을 들이니까 갖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네.

"얘, 가재야. 너 그 몸에 두른 띠 날 다오."

그런다고 가재가 순순히 띠를 내줄 리 있나?

"흥, 어림없는 소리 마라."

딱 왼고개를 젓지.

안 주겠다면 더 갖고 싶어지는 법이거든. 지렁이는 어떻게든 그 띠를 빼앗아 보려고 별 짓을 다했어. 좋은 말로 구슬리기도 하고 은근슬쩍 을러대기도 하고, 그래도 안 되니까 흥정을 했지.

"얘, 그럼 그 띠하고 내 눈하고 바꾸자."

가재도 그 말에는 귀가 솔깃해져서 얼른 그러자 했어. 이렇게 흥정이 돼 가지고, 지렁이는 띠를 갖고 가재는 눈을 가졌지.

고운 띠를 몸에 두는 지렁이는 한껏 멋을 내면서 여기 저기 돌아다녔어. 처음에 잠깐 동안은 기분이 좋았지. 갖고 싶었던 띠를 갖게 돼서 말이야. 그런데 아뿔싸, 눈이 없으니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네. 도무지 앞이 안 보이니까 경치가 아무리 좋은들 알 수가 있나, 제 몸에 두른 띠가 아무리 예쁜들 볼 수가 있나. 견디다 못해 지렁이는 다시 가재를 찾아가서 눈을 도로 물러 달라고 했어.

그런데, 가재는 여태 눈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못 보다가 눈을 달고 보니 어찌나 좋은지 덩실덩실 춤을 추고 다니는 참이야. 세상 모든 게 환하게 다 보이니 그 얼마나 좋아? 그까짓 띠는 이제 백 개를 준대도 싫은 판이거든. 그런데 지렁이가 와서 도로 무르자고 하니 기가 차지. 그래서 싫다고 했는데, 지렁이는 어떻게든 눈을 도로 찾고 싶어서 다짜고짜 달려들어 가재 눈을 막 뽑았어. 가재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지. 그 바람에 가재 눈이 반쯤 뽑혀서 툭 튀어나오게 됐단다.

그리고, 그 때 뒷걸음질치던 가재는 그 뒤에도 행여나 지렁이가 나타나서 제 눈을 뽑아 갈까 봐 줄곧 뒷걸음질만 치고 다니게 됐지. 지렁이는 말이야, 그 뒤에도 가재를 따라다니면서 눈을 도로 찾으려고 했지만 그게 어디 쉽나. 하다 하다 안 되니까 낙심을 하고 땅 속으로 들어갔어. 그 때부터 지렁이는 땅 속에서 살게 됐지. 요새도 지렁이 보면 몸에 띠를 둘렀잖아? 그게 그 때 제 눈을 떼어 주고 가재한테서 받은 거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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